‘예정된 꼴찌’ 여자 수구팀의 아름다운 도전

좌절않고 최선 다해 ‘감동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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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여자 수구 대표팀이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고 퇴장했다. 여자 수구 대표팀은 어제 열린 쿠바와의 15·16위 결정전에서 0-30으로 패배한 뒤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들을 지켜보던 관중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수구 불모지인 한국에서 여자 수구 대표팀이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대회 출전권을 얻자 대한수영연맹은 지난 5월 말에야 부랴부랴 대표팀을 꾸렸다. 한국에 여자 수구팀이 없어 전문 수구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훈련 시간도 40여일에 불과했다. 최초의 공식 경기인 헝가리와 조별 예산 1차전에서 대표팀은 0-64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떠안았다. 승리를 챙길 수 없다고 판단한 대표팀은 ‘1승’이 아니라 ‘한 골’을 대회 목표로 정했고 러시아와의 2차전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넣었다. 이후 대표팀은 2경기에서 추가로 5골을 기록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6경기에 출전해 172골을 내주고 6득점을 기록했다.

대표팀은 참가팀 중 꼴찌를 했지만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거푸 기록적인 패배를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나 대패를 하면 으레 선수들은 이후 경기를 포기한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은 더욱 똘똘 뭉쳤다. 수구 경험이 없어 공을 가지고 몸싸움을 해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골을 내줬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최하위 성적을 기록한 여자 수구 선수들에게 실망 대신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경기를 모두 마친 대표팀 선수들은 이제 뿔뿔이 흩어지게 됐지만 한결같이 수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클럽팀이라도 꾸려서 수구를 계속하겠다는 선수도 있었다. 그렇게나마 수구를 하면 언젠가 여자 실업팀이 생기고 대표팀도 다시 꾸려질 것이란 바람에서다. 다행스럽게도 수영연맹은 여자 수구 대표팀 존속 방안을 찾고 있다. 선수들의 열정이 여자수구 대표팀이 유지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