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자(父子)의 사랑도 사랑입니까

예술극장 통서 극단 좋은친구들 연극 '사랑입니까'
오는 27일까지 제22회 광주소극장연극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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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7시30분 광주 동구 호남동에 위치한 '예술극장 통'에서 연극 '사랑입니까'가 공연됐다. 사진은 아버지의 역할을 맡은 배우 양승걸(왼쪽)씨와 아들 역을 맡은 배우 김정규 씨의 모습. 양가람 기자 garam.yang@jnilbo.com
지난 20일 오후 7시30분 광주 동구 호남동에 위치한 '예술극장 통'에서 연극 '사랑입니까'가 공연됐다. 사진은 아버지의 역할을 맡은 배우 양승걸(왼쪽)씨와 아들 역을 맡은 배우 김정규 씨의 모습.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

“아빠는 어쩌다 아빠가 됐고 난 어쩌다 아들이 된 것 뿐이야. 날 아빠의 틀 속에 가두지 마.”

지난 20일 오후7시30분 예술극장 통에서 연극 ‘사랑입니까’가 공연됐다. 극단 좋은친구들이 꾸미는 연극 ‘사랑입니까’는 김나정 작가가 10년 전 완성한 극본을 노희설 연출가가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사랑입니까’의 마지막 공연일인 이 날은 소극장 객석이 가득 찼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친구들과 단체 관람 온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객석에 앉아 연극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무대 입구에서 땀을 닦으며 아버지 강만열(양승걸 분)이 등장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손에 든 아들 강용진(김정규 분)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들의 행방을 아는 지, 어느 쪽으로 얼마나 더 가야하는 지를 물었다. 관객들과 주고 받는 짧은 대화 속에 담긴 아버지의 찰진 사투리 애드리브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연극은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이 온전히 이끌어 간다. 깊은 산 속에서 노마드(nomad)를 꿈꾸며 자연인으로 살고자 하는 아들과 세상이 만든 규격 속에서 아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아버지. 두 사람의 대화에는 치열하게 생존해 내야 하는 세상 살이의 어려움과 고단함 그리고 희미해진 가족애를 붙잡으려는 노력이 묻어나 있다. 연극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조차 하지 않는 부자지간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냈다.

가끔 가수 임재범의 노래를 부르거나 홍콩 영화의 무술 장면 연출 등 억지스런 코믹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자지간의 깊은 갈등의 골이 대체적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됐다.

유독 관객들과의 소통이 많았던 점도 특징적이었다. 객석을 향해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애드리브에 관객들은 환호를 했다. 객석 맨 앞줄에 앉은 아이들은 유머러스한 장면마다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노희설 연출가는 연극 ‘사랑입니까’가 관객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린 데 대해 기쁨을드러냈다.

그는 “부자지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소통 부재 등은 현 시점에서 좋은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제22회 광주소극장연극축제가 열려 해당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됐는데,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셔서 기쁘다”고 말했다.

‘광주소극장연극축제’는 광주 지역 소극장의 활성화를 위해 22년 째 진행해 온 행사다. 올해는 5개의 극단이 3개의 소극장에서 2주 간 준비해 온 작품을 공연한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 탓에 이번 축제는 연극인들의 희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 날 연극 ‘사랑입니까’를 관람한 원광연 광주연극협회 회장은 “다섯 작품이 올라가는 올해 축제의 경우 최소 4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휴식년을 이유로 문화재단으로부터 600만원의 지원금 밖에 받지 못했다. 협회 적립금 1000만원을 보태고 출연진들의 희생까지 더해 겨우 축제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부산, 대전 등 타 지역에 비해 소극장에 지원되는 시 차원의 예산은 4분의1 수준이다. 앞으로 광주소극장연극축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광주 연극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게 많은 지원과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 양가람 기자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