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6> DMT 훈련생의 첫 위기 그러나

차노휘 : 소설가, 도보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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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같은 DMT 동기인 규와 J. 편집에디터
6-1. 같은 DMT 동기인 규와 J. 편집에디터

1.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의 일상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이 된 뒤로 일상도 변했다.

6시가 조금 지나면 숙소에서 오른쪽으로 2km를 달렸다가 되돌아오는 것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다이빙 가방은 더욱 꼼꼼하게 쌌다. 다이빙을 하고 나면 그다음 다이빙 시간까지 젖은 슈트를 입고 있어야 한다. 기온은 주로 20~21도. 한국의 늦가을 날씨다. 그나마 해가 날 때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병아리처럼 움직여서 추위를 쫓을 수 있다. 흐린 날은 곤욕이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따뜻한 음료와 옷, 수건은 기본이다. 물속에서 호흡기에 의지하여 숨을 쉬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다이빙을 할 수 없다.

매일 아침 40분 일찍 다이브 센터로 간다. 센터에 8시 15분 정도에 도착하면 장비를 먼저 챙긴다. 전날 건조대에 말려놓았던 웨트 슈트 S사이즈를 걷어 로커에서 꺼낸 장비 바구니에 넣어두고는 수영복을 입고 앞바다로 간다. 수영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3개월 동안 수영을 배우고 왔지만 400m는 시도해본 적이 없다. 수영장 레인 25m도 간신히 도착하곤 했다. 400m를 10분 안에 들어오는 시험은 내게 큰 부담이었다. 그것도 바다에서 말이다.

센터 출근하기 삼십 분 전에 수영 연습을 하자는 제안은 규가 했다. 규는 DMT 동기이다.

2.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 세 명

규는 대학 졸업 1년을 남겨두고 휴학을 하고는 세계 여행을 하고 있었다. 여행 중에 이집트 다합에서 어드밴스 과정까지 마치고 ‘남미’에 갔다가 다시 다이브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되돌아왔다. 나보다 한 달 먼저 시작했고 80깡 정도 앞서 있었다. 한 달 뒤(음력 설 전에)에 귀국한다고 했다. 워낙 물을 좋아해서 다이빙 자체를 즐길 뿐만 아니라 누구하고나 잘 어울렸다. 새카맣게 탄 몸, 비키니 입는 것이 자연스러운 건강한 이십 대였다. 영어뿐만 아니라 이집트인 두 명과 하우스 셰어를 하고 있어서인지 간단한 현지어도 곧잘 했다. 센터에 있으며 그녀의 웃음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J는 규와 같은 스물다섯 살이지만 말수가 적고 낯을 가렸다. ROTC 출신이며 이번 2월에 학교 졸업을 하고 군대에 갈 예정이었다. 다이브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한 달 여유를 가지고 다합에 왔다. 이미 세부에서 어드밴스 자격증을 땄기에 가능했다. 나보다 20깡 정도 앞서 있었다(굳이 깡 수를 강조한 것은 실력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이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갈수록 실력과 관련된 열등감에 내가 빠질 거라는 것을. 그것은 열등생 당사자만 아는 비애였다). 그는 내가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이 된 이틀 뒤에 합류했다.

동기 셋은 합이 잘 맞았다. 그 중 나는 J와 빨리 친해졌다. 비슷한 날짜에 훈련생이 되어 비슷한 고민을 해서였다.

3. J의 고민

조나단이 펀 다이빙을 다니지 말라고 한 다음 날, J가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으로 합류한 이틀. 아침에 센터로 출근해서 보니 뒤뜰에 J가 침울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다.

“혹시, 너 그만두고 싶어서 그러니?”

나는 J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는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옆에 앉았다. 다섯 걸음만 곧바로 걸으면 바다에 발을 넣을 수 있는 센터 위치. 햇살은 따사로웠고 길거리 개들은 땅에 아무렇게나 누워서 쉬고 있었다. 아침 풍경과 달리 나는 전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피부가 푸석했다. 하지만 J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책임감이 느껴졌다. 내가 강의실에서 봤던 학생들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가면서(나는 광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긴장이 되었다. 우울도 전염이 된다고 했다. 일종의 포기도 그럴 수 있을까.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했다.

나는 모 기자와 농담 삼아 교육 현실을 비꼰 에피소드로 대화를 시작했다. 모 기자는 선생도 이제는 서비스 종사자가 되었다고 했다. 지식을 전달해주는 서비스. 어떤 이유에서라도 강한 카리스마를 동반한 체벌로 학생들을 제압할 수는 없다. 되레 선생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섬세한 피드백(여행을 다니다 보면 선진국일수록 나이와 직업을 떠나서 자유로웠다. 우리나라 말과 달리 이름만 불러도 되는 ‘언어’의 마술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지극히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무뚝뚝함(특히 남자)은 마음과 달리 표현이 서툰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 기자가 선생은 지식을 전달하는 서비스 종사자라고 한 말은 교실이 붕괴되고 있는 교육계의 현실을 비판한 것이지만 반대로 권위 의식을 벗고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과 인격을 좀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다른 충고이지 싶다.

J도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과 떨어져 이 먼 곳까지 왔지만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왔다지만 이국땅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외롭고 낯선 곳인데 너무 강압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와 사소한 것에서부터 스쿠버다이빙까지 여러 이야기를 했다. 그와 이야기를 할수록 내가 더 오기가 생기면서 힘을 받았다.

“J. 오기가 생기지 않니? 기껏해야 한두 달인데 우리 한번 도전해보지 않을래? 조나단이 강압적인 것은 말이야, 다이빙이 위험한 스포츠여서 그럴 수 있어. 마냥 교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잖아. 물속에서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스포츠가 스쿠버다이빙이야. 솔직히 나도 너처럼 며칠 고민했지만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지금 들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 비행기 세 번 타고 이틀 걸려서 이곳까지 왔는데 아직 우리 시작도 안 했잖아? 생각해봐. 앞으로 살면서 이보다 더 힘든 시련이 다가올 건데 그럴 때마다 매번 포기하는 것? 나는 싫다. 포기도 습관이야. 이왕 시작했으니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싶어. 우리 한번 해보자.”

한참 나를 쳐다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옆 건물 식당은 하루 장사를 위해 음식 냄새를 풍기며 준비를 했고 그 냄새를 맡고 땅에 엎드려 있던 개가 꼬리를 흔들며 우리 곁으로 왔다. 나는 그때 생각났다는 듯이 J에게 말했다.

“J! 아침마다 규와 수영 연습하기로 했어. 8시 30분 센터 앞 바다에서? 너 알지? 수영 테스트? 같이 할 거지?”

그 뒤부터 하루 훈련을 마치고 J와 헤어질 때 인사말이 ‘내일 수영 연습해야지?’가 되었다.

6-2. 연말 다합 거리. 편집에디터
6-2. 연말 다합 거리. 편집에디터
6-3. 산타클로스 다이버. 이집트는 대다수가 이슬람교라 성탄절을 기념하지는 않지만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많은 다합만은 예외이다. 12월 25일이 아니라 12월 31일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다이버들이 이벤트를 진행한다. 편집에디터
6-3. 산타클로스 다이버. 이집트는 대다수가 이슬람교라 성탄절을 기념하지는 않지만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많은 다합만은 예외이다. 12월 25일이 아니라 12월 31일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다이버들이 이벤트를 진행한다. 편집에디터
6-4. 다이빙을 끝내면 양지바른 저곳에서 추위를 쫓거나 담배를 피우는 휴식 장소. 편집에디터
6-4. 다이빙을 끝내면 양지바른 저곳에서 추위를 쫓거나 담배를 피우는 휴식 장소. 편집에디터
6-5. J의 친구 원, J 그리고 나(시계방향으로). 훈련 초 회포를 풀 때만도 얼굴이 하얗고 통통했다. 시간이 갈수록 소금에 절인 고등어처럼 까맣게 말라갔다. 편집에디터
6-5. J의 친구 원, J 그리고 나(시계방향으로). 훈련 초 회포를 풀 때만도 얼굴이 하얗고 통통했다. 시간이 갈수록 소금에 절인 고등어처럼 까맣게 말라갔다. 편집에디터
차노휘 : 소설가, 도보여행가 편집에디터
차노휘 : 소설가, 도보여행가 편집에디터

※ 편집자 주 : 2018년 12월 27일부터 그해 2월 19일까지 이집트 다합(Dahab)에서 55일 동안 머물면서 스쿠버 다이빙 다이브 마스터(DM)가 되는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물 공포증이 있던 필자가 고민해야 했던 훈련뿐만 아니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봤던 시간들이었다. 견뎌냈을 때 발견한 것은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여유였다. 생생한 체험(깨달음)을 12회 연재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