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쇼비니즘

최동환 정치부 부장대우

142
 편집에디터
편집에디터

1920년대 독일은 참담한 지경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어야 하는데다 산업시설은 다 파괴되고 영토마저 크게 축소됐다. 특히 독일국민들을 괴롭힌 것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었다. 전쟁 전에 비해 무려 76만 배로 물가가 뛰어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나타난 인물이 아돌프 히틀러였다. 그는 나치당을 만든 뒤 게르만 민족의 위대성을 앞세우면서 편협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국수주의를 표방했다. 대중들은 열광했고 결국 나치당은 정권을 쟁취했다.

그가 표방한 것 중 ‘위대한 게르만 민족’은 쇼비니즘에 다름 아니다. 쇼비니즘은 국수주의, 맹목적 자국 이기주의 등으로 번역되는데 나폴레옹 1세를 죽도록 존경하고 찬양한 프랑스 병사 니콜라 쇼뱅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이 쇼비니즘은 급기야 유대인에 대한 경멸과 억압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다시 독일은 패전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나치즘은 독일인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쇼비니즘은 자국민의 우수성을 고집하되 타민족이나 타국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타적이고 초월적인 성격을 지닌다. 자신들이 가진 민족성, 역사와 전통, 문화, 정치체제만이 가장 우월하다는 믿음이다. 이 쇼비니즘은 대내적으로는 억압을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침략주의를 유발해 큰 불행을 낳는 요인이 된다.

물론 나치당만이 아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 메이지 유신 이후 등장한 군국주의도 모두 쇼비니즘 성향을 띤다.

최근 들어 일본의 쇼비니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느닷없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라는 무역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리 대법원의 미쓰비시그룹에 대한 최종 배상책임 판결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고도의 정치적 문제가 깔린 한일 사이의 복잡하고 누적된 문제를 일거에 산업경제적인 문제로 시선을 돌리려는 술수다.

아베 정권은 이참에 내부적으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이득을 얻는 한편 북한 비핵화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문제에서 미·중 러시아 주도에서 소외되자 이를 지렛대로 다시 발을 들여놓고 동아시아에서 지속적인 헤게모니를 누리고자하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쇼비니즘의 위험성과 폐해는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일본이 쇼비니즘에서 벗어나 이웃나라와 공존의 길을 모색하길 기대해 본다. 최동환 정치부 부장대우 cdstone@jnilbo.com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