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상상력, 정치의 대전환

박시종 The나은광주연구소 이사장·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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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종 The나은광주연구소 이사장(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편집에디터
박시종 The나은광주연구소 이사장(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편집에디터

법이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정치는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득권이 법을 앞세우고, 도전하는 쪽이 정치적 변화를 갈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 마디로 법은 ‘현실’이고, 정치는 ‘미래’이다. 현실은 있는 것이지만, 미래는 상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상상력의 미학이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상식을 넘는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남북미 세 정상이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한 자리에 설 것이라는 생각은 그 전에 누구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세기적 상상이 현실이 됐다. 미래를 현실로 바꾸는 정치란 바로 그런 것이다.

나는 흔히 쓰는 ‘반도(半島)국가’라는 표현이 마뜩지 않다. 일제 식민지시대 이전에 반도라는 표현을 썼는지 기억에 없다. 오히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대륙국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마치 ‘절반의 섬’처럼 되어버린 현실은 대륙적 상상력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소국(小國)의식’을 뿌리 깊게 만들었다.

우리의 국토면적은 영국과 비슷하다. 영국을 소국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겨레는 8천만에 다다른다. 프랑스 6천5백만보다 훨씬 많다. 경제력도 남한을 기준으로 세계 11위 수준이다. 남북한이 통합돼 시너지를 낸다면 더 달라질 것이다. 소국도 아닐뿐더러 절반의 섬이 아닌 대륙국가를 상상해야 한다.

정치는 시대를 바꾼다. 촛불혁명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박근혜로 부활한 박정희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로는 ‘빨갱이’란 말로 상징되는 극우냉전 프레임의 종식, 즉 ‘적이 없는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로 읽힌다. 바야흐로 증오의 자리에 이성이, 진영의 자리에 합리가 자리하는 것을 예감한다.

그러나 토막 내듯 시대가 바뀌지는 않는다. 정치적 역진(逆進)이 만만찮다. 민주정부 10년을 지우고자 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기억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향수만 간직한 정치 군상들은 얼마나 초라한가? 정치에 있어 기억의 반대말은 상상력이다.

정치가 시대를 바꾸듯 시대가 정치를 바꾼다. 매체를 기준으로 TV가 김대중, 인터넷이 노무현, SNS가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에 조응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인구 변화와 4차산업혁명 시대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재설계가 필요한 수준이다. 한국정치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다.

가령 자율주행 자동차는 차량의 운전과 소유 개념을 바꾼다. 지능형로봇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급속히 대체해 노동과 소득의 개념까지 바꾼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의료기술의 변화 등 아날로그사회와는 전혀 다른 미래사회가 임박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정치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