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골 먹고… 한국 女수구 ‘희망의 첫골’

룰조차 잘 모르는 초짜들로 급조된 창단 한달팀
“포기란 없다”…선수들 의기투합 한골 목표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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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광주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수구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편집에디터
16일 광주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수구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편집에디터

 빛고을 광주에서 새로운 한국 수영 역사가 새롭게 쓰여졌다. 한국 여자 수구 국가대표팀이 창단된지 한 달여만에 수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16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러시아에 1-30(0-7 0-9 0-8 1-6)으로 졌다.

 사상 첫 공식경기였던 지난 헝가리와의 1차전에서 0-64로 대패한 뒤 여자 수구팀은 2차전에서도 완패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 분위기만은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2016리우올림픽과 2017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에서 모두 동메달을 차지한 강팀 러시아를 상대로 경력 한 달 반의 여자 수구팀이 한 골을 뽑아낸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일이어서다.

 한국은 대회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어 세계선수권대회에 남.녀 수구팀을 첫 출전시켰다. 남자 수구의 경우 1986서울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990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각각 수확한 적 있지만 여자 수구는 사상 처음으로 대표팀이 꾸려졌다.

 여자 수구팀은 지난 5월 말에야 부랴부랴 구성됐다. 본격 훈련은 대회를 불과 40여일 앞둔 6월 2일부터 시작됐다. 선수 구성도 중학생 2명, 고교생 9명, 대학생 1명, 일반부 1명 등 수구가 아닌 경영을 주종목으로 훈련했던 선수들이 채웠다. 수구 룰조차 잘 모르는 선수들로 짜여진 급조된 팀이었다.

 국제대회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선수가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승리는 애시당초 불가능일이었다. 그래서 대표팀의 이번 대회 목표도 ‘한 골’이었다.

 여자 수구팀의 사상 첫 공식 경기는 혹독했다. 지난 14일 헝가리와의 1차전에서 0-64로 기록적인 대패를 당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점수차였다. 헝가리가 71차례 슛을 던져 64개를 넣은 반면 한국의 슈팅 수는 3개에 불과했다.

 처참한 패배에 실망하거나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서로 격려하면서 힘을 북돋웠다. ‘다음에 더 잘해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오히려 다음 경기 각오를 다지며 의기투합했다. 결국 두 번째 경기에서 ‘한 골’이라는 소박하지만 큰 목표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주인공은 바로 경다슬(17.강원체고). 경다슬은 0-24로 끌려가던 4쿼터 3분44초 러시아 골문 오른쪽 측면에서 강한 슛을 날렸고, 골망을 흔들었다. 척박한 한국의 수구 환경과 급조된 팀구성에도 불구하고 ‘도전과 희망의 역사적 한골’을 이뤄낸 감동의 순간은 박수갈채를 받기 충분했다.

 경다슬은 “첫 경기에서 대패하고 우린 포기하지 않았다”며 “코치님, 언니들, 친구들과 함께 ‘내일은 더 잘해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또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경다슬은 “경기 후 한 명이 잘한 것이 아니라 다들 너무 잘했다고 서로 격려했다”면서 “이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저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수구 대표팀은 18일 캐나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예정돼 있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