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재와 연진회 조명 … 남도수묵화 분위기 환기

광주시립미술관 10월 20일 까지 '의재 산이되다'전
허백련 및 연진회 작가 18인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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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련 작 '묵포도'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허백련 작 '묵포도'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의재 허백련과 그의 정신을 계승한 연진회에 관한 연구자료가 광주시립미술관에 전시된다.

오는 10월20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제3,4 전시실에서 개최되는 ‘의재毅齋, 산이 되다’전은 광주시립미술관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호남미술아카이브 프로젝트로, 의재 허백련과 연진회를 조명하는 자리다.

아카이브전시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의재 허백련과 의재 정신과 예술을 계승한 연진회가 배출한 작가 등 모두 19명의 한국화 40점을 비롯해 의재 허백련과 연진회 작가들의 활동상, 인터뷰, 서간, 영상자료, 사진 등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1938년, 남종화 부흥의 구심점이었던 의재 허백련은 36명의 서화 동호인들과 함께 ‘연진회’를 발족시켰다. 이때 이당 김은호와 소정 변관식이 찬조회원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 만 아니라, 문필가는 물론 경제인, 독립운동가, 정치인들까지 호응했다. 해방 공간을 지나면서 뿔뿔이 흩어졌던 연진회는 1950년대, 광주 호남동 완벽당 화랑에서 재결성 된 후 1960~70년대 국전에서 다수 수상을 하고 사군자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성장한다.

일제 강점기에도 창씨 개명을 하지 않은 민족주의자 허백련은 우리 시대에 추구해야 할 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주장했으며, 민족혼을 되살리기 위해 단군신전 건립을 추진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써서 나누어 준 ‘홍익인간 글씨와 함께 ‘삼애정신(三愛情神)’을 바탕으로 농촌 부흥 운동을 한 시기의 작품 ‘일출이작(日出而作)'(1954)이 전시 된다.

허백련이 농촌 근대화를 위해 설립한 삼애학원(1947)은 1953년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고 30여 년간 농촌 지도자를 양성했다. 당시 제자들이 쓴 정성어린 안부 편지도 전시 되는데, 범접하기 어려운 스승이지만, 그를 향한 존경의 마음이 물씬 전해진다.

전시 작품 중에는 최초로 공개되는 허백련 작 ‘묵포도'(1932)와 1940년대 비단에 그린 ‘설경’ 작품이 눈에 띈다. 특히 ‘묵포도’는 화선지 6폭을 이어 붙인 대작으로, 그 위에 부려놓은 농익은 포도 고목의 깔깔한 잎사귀와 구불구불한 줄기가 뒤엉킨 화면이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와 함께 신화풍의 모색을 보여주는 동강 정운면의 ‘산수'(1932)도 모처럼 만날 수 있고, 허백련과 친구이자 제자 그리고 남종화의 서화사상을 계승한 화우로서 교류하던 초창기 연진회 서화가들의 격조 있는 사군자 작품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열정의 시대를 산 후기 연진회의 작가들은 국전 등을 통해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던 옥산 김옥진(1927~2017), 희재 문장호(1938~2014), 금봉 박행보(1935~ ), 녹설 이상재(1930~1989)를 비롯, 동작 김춘, 오죽헌 김화래, 인재 박소영, 월아 양계남, 화정 이강술, 계산 장찬홍, 우헌 최덕인, 직헌 허달재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들의 70년대 작품과 변화한 근작들이 전시된다. 당시 작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통 수묵에 대한 고민이 깊었고, 현대화를 위해 전통에 뿌리를 두되 주제와 재료, 색채에 있어서 변화를 꾀하는 작가들이 많아졌음을 반증한다.

의재 허백련의 작업공간이었던 무등산의 춘설헌은 화가와 문인들의 왕래가 빈번했던 인문학의 요람으로, 차와 독서와 그림으로 정신을 수양해 간 허백련의 아취가 흠뻑 배인 공간이다. 전시장 안에는 춘설헌을 상징적으로 재현하고, 의재와 제자들이 합작해 그린 그림을 전시한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기회로 남도 한국 화단의 폭넓은 자료 구축을 이어가고자 하며, 현대 미술의 흐름 속에 침체된 남도 수묵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기대한다”면서 “더욱이 7월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2019 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이어지는 2019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으로 외지 방문객이 많아지는 시기에 ‘의재 허백련’을 인문의 땅 광주의 대표적 자산으로 새롭게 부각시켜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