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이세돌이 남긴 숙제

이정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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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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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신안 비금도가 배출한, 한 때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천재바둑기사 이세돌이 올해 안에 승부의 세계를 떠난다고 한다. 바둑팬의 한사람으로서 아쉽기 그지없다. 이세돌이 누군가? 19로의 바둑판에서 신출귀몰(神出鬼沒)한 살수와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전략으로 이창호, 구리 등 당대 극강의 고수들을 날려버리며, 상금으로만 연간 10억 이상을 벌고, 국제대회 18번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던 선수다. 무한대의 상상력 때문에 도통 다음수를 예측하기 어려워 바둑 해설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2016년 3월, 우리의 영웅 이세돌은 ‘알파고’라는 듣보잡 컴퓨터에 무참히 패배하며 필자를 포함한 전세계 바둑팬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었다. 19로의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전략의 수는 자그만치 361!(팩토리알)로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수보다 많아, 컴퓨터가 극복할 수 없는 마지막 인간의 영역으로 자부해 왔는데, 초보 인공지능에게 최강의 인간기사가 무너졌다.

그 후 3년, 무엇이 변했나? 알파고는 바둑계에서 은퇴를 했고, 이세돌도 승부의 세계를 떠나려 한다. 똑같은 은퇴지만 은퇴사유는 정반대다. 알파고는 진화를 거듭해 더이상 겨룰 바둑상대가 없어서였고,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세돌은 가장 인간답게도 젊은 후배기사들을 이길 수가 없어서였다.

바둑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영웅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사라져가지만 이들이 일으킨 나비효과는 바야흐로 인류의 미래를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얼마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에 투자하라고 조언하지 않았는가?

이런 측면에서 광주시가 첨단3지구에 야심차게 추진중인 인공지능 집적단지 사업은 이세돌과 알파고가 남긴 숙제의 첫단추를 끼우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사업계획도 치밀하고 용의주도하다. 광주가 3대 주력산업으로 육성중인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를 연계하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전략아래 집적단지 인프라를 조성하고 인공지능 창업을 지원하며 인공지능 연계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향후 5년간의 총 사업비(4061억원)가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예타면제사업으로 도로, 철도, 물류망 등 SOC 사업을 신청한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관행을 깨고 인공지능 집적단지 사업을 예타면제사업으로 신청함으로써 미래 먹거리가 될 인공지능 선도도시로의 목표설정을 분명히 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인류문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던 산업혁명은 ‘기술혁신’ 때문이었다. 증기기관이 생산의 기계화를 일으켰던 1차혁명, 핸리포드가 자동차 조립생산으로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던 2차 혁명, 전자기기 및 인터넷혁명으로 지칭되는 3차 산업혁명 모두 기술의 진보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인공지능, 바이오공학, 사물인터넷 등이 주도할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 보다는 ‘제도혁명’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4차혁명에 필요한 컴퓨팅 기술은 대부분의 나라 기업들이 큰 차이가 없다. 어느 나라의 정부와 지자체 등이 관련 규제를 최소화하고 제도적인 지원을 빨리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승부가 될 것이다.

3년전 이세돌을 무너뜨렸던 알파고 정도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미 출시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크지 않다. 기술은 걱정 마시라. 규제 최소화 등 ‘제도혁명’을 통해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라! 이것이 은퇴를 앞둔 나의 영웅 이세돌이 남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