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물결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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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겉모습은 싸움으로 비쳐진다. 스포츠의 대명사격인 올림픽 종목 상당수도 전장(戰場)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기술’을 본땄다.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은 2500년전 마라톤 전투에서 승리한 그리스의 전령이 아테네까지 달려와 승전보를 전한 후 숨을 거뒀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육상은 맨손 전투에서 비롯됐고 조정이나 요트 등은 해상전투가 기원이라고 한다. 스포츠(sport)의 어원 또한 전쟁에서 숨진 전사의 유품을 들고 뛰는 것이란 의미의 라틴어 ‘포르타레'(portare·물건 운반자)이다. 지금도 선수가 경기에 나서는 것을 출전(出戰)이라고 표현한다.

역설적인 것은 싸움에서 유래된 스포츠의 정신이 평화에 대한 염원이라는 점이다. 올림픽의 경우 고대 그리스가 도시 국가간 잦은 전쟁을 잠시라도 중단하기 시작됐다. 올림픽을 이야기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올림픽 휴전(Olympic Truce)’ 인데, 그리스어로 무기를 내려놓다는 ‘에케케이리아(Ekecheiria)’가 그 어원이다. 1993년 유엔 총회는 고대 올림픽의 위대한 유산인 올림픽 휴전에 관한 결의문을 121개국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로 인해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때 수단인민해방군과 정부군 사이의 휴전이 성사됐다. 그 정신은 다른 스포츠 경기에도 전파됐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 인도·파키스탄 평화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 ‘크리켓 외교’ 등을 꼽을 수 있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남한과 북한도 스포츠를 지렛대 삼아 화해의 물꼬를 텄다.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압권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북한이 참가했고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이 단일팀으로 참가했다. 그 평화의 흐름은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평화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염원을 진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꼽는 이유이다.

지금 한반도는 스포츠를 매개로 남북평화의 장이 열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또다시 맞이했다. 12일 개막하는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이다. 대화 슬로건을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선수와 응원단이 광주를 찾으면 평화의 물결은 더욱 화려하게 일렁일 것이다. 하루 남았는데, 북한의 결단을 촉구해본다.

김기봉 디지털뉴스국장·논설위원

김기봉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