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 격 알리고 싶어”

베니스비엔날레서 특별전 광주출신 김종해(구구 킴) 작가
뉴욕 맨하탄에 갤러리 오픈· 청담동에 2호점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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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킴 작가가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선보인 작품 '동반자'.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구구 킴 작가가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선보인 작품 '동반자'.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3미터가 넘는 모노톤의 대작들은 한결같이 묵직하고 따스했다. 작품 앞에 서는 순간 압도되는 듯한 느낌은 검은색으로 채워진 1000호 크기의 대작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희미한 미소를 띄며 얼굴을 부비고 있는 노부부의 얼굴 속에는 평생 반복했을 희로애락이 닳고 닳아져 있었고, 방범용 철망이 설치된 창 안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빛은 이유를 알 것같아 서글프다. 작품이 커서인지 표현이 섬세해서인지, 캔버스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다보면 마치 내가 그인듯 감정이 날 것 그대로 전달된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전시관 공간에 단독으로 개인전을 열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김종해 작가의 작품 이야기다. ‘구구 킴’이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두화(指頭畵)’ 기법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목탄, 파스텔, 석채가루를 손가락에 찍어 작품을 제작하는 핑거 페인팅 기법은 관람객과 미술애호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세계적인 작가 대열에 그를 합류시켰다.

광주 출신으로, 지난해 말 뉴욕 맨하탄에 자신의 이름을 딴 ‘구구 미술관’을 개관한데 이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H 갤러리를 개관한 구구 킴 작가를 만났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에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취미에만 그쳐야 했죠. 집안 분위기 상 미대는 갈 수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공대를 갔지만 졸업 후 도저히 내면의 갈증을 모른척 할 수 없었어요.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던 것이 미술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됐습니다.”

일본에 특별히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자주 사용했던 엽서가 주로 도쿄의 야경이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도쿄 모드 코쿤(Mode Gakuen)을 다니며 학비와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했지만 새로움에 대한 갈증은 피로와 두려움 대신 활력이 됐다. 학창 시절부터 미술을 전공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실기로는 전공자들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도저히 이겨볼 수 없었다. 자신 외에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 늘 연구하다 터득한 것이 지두화다.

“학창 시절 아궁이에 불 떼고 남은 숯을 만지면 손에 묻잖아요. 숯이 묻은 손으로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그 좋았던 느낌이 무기가 된거죠.”

16절지 종이에서 끄적거리던 것이 10호, 50호, 100호로 점점 거대해졌다. 하루 15시간이 넘는 극한의 작업동안 피가 터져 지문이 닳아 없어질수록 희열은 강해졌다.

“작업을 15시간을 하든, 10시간을 하든 잠자는 시간만 늘어나는 거에요. 아무것도 안하고 녹슬어서 없어지는 것보다는 닳아지는 것이 낫죠. 작업을 해보니 12시간이 터닝포인트더라고요. 12시간을 넘기는건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작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집니다.”

작업에 대한 열정과 철학은 그의 예명 ‘구구 킴’에 담았다.

“99라는 것은 나이 백수(白壽)를 의미해요. 지구에서 가장 높은 수가 백수이고요, 백수까지 온 힘을 다해 정진하는 사람에게 화백(畵佰)이라는 칭호를 씁니다. 노력을 통해 신에 도전하는 수가 99인거죠. 그러니까 제 예명은 죽을때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어요.”

수십만개의 손가락 자국이 남긴 열정과 노력의 결과는 이내 도쿄 화단에서 화제가 됐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이 늘어나면서 뉴욕과 상해에 진출 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미국 텍사스와 중국 상하이에서 세계 최초로 거장 미켈란젤로의 작품과 함께하는 ‘미켈란젤로 & 구구 킴 특별기획전’을 열었고, 지난해 5월엔 일본 영화사에서 그의 모노톤 작품 세계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갤러리를 방문했다. 지난해 말에는 뉴욕 맨하탄에 구구 킴의 이름을 딴 100평 규모의 구구미술관을 하버드 미술관 개회사로 개관해 세계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구구미술관은 한국 미술과 우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해외의 미술 흐름을 체험,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청담동에 개관한 H 갤러리는 뉴욕 ‘구구 미술관’의 지점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하버드 미술관(Boston, MA), 마마갤러리(MaMa Gallery·Los Angeles, CA), 중국 상하이 모리타워, 북경J미술관, 일본 노무라 증권, 미쯔비시은행, 타이세이건설, 한국 월전문화재단, 한국CPI협회(KSCPI) 등에서 다수 소장할 만큼 작품을 인정받고 있는 그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다.

“국제무대에서 저는 한국사람이지만, 그 전에 저는 광주사람이에요. 아직 고향에서 개인전을 해보지 못했어요. 세계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격을 광주 시민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구구킴 작가가 한국작가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H 갤러리를 개관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구구킴 작가가 한국작가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H 갤러리를 개관했다.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구구 킴 작가가 한국 작가들을 뉴욕 맨하탄에 소개하기 위해 개관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H갤러리 내부모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구구 킴 작가가 한국 작가들을 뉴욕 맨하탄에 소개하기 위해 개관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H갤러리 내부모습.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