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벌신사’가 된 광주FC 사령탑

최황지 경제문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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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축구 돌풍’이 불고 있다. 시민구단 광주FC가 올 시즌 개막 후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11승 6무를 기록하며 17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K리그 1·2부를 통틀어 한 번도 고개숙인 적이 없는 유일한 팀이다.

광주의 환골탈태다. 작년 리그 5위로 시즌을 마감한 광주가 올 시즌 기업구단인 2위 부산 아이파크와 승점 격차를 7점까지 벌리면서 1부 리그 승격을 정조준 하고 있다.

상승세 원동력에는 강한 ‘원팀’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었다. 광주의 숙원이었던 축구전용구장과 선수단 숙소가 올해 말 완공됨에 따라 모든 선수들이 “올해는 무조건 승격, 내년엔 새집에서 1부 리그”라는 강력한 동기 부여로 똘똘 뭉쳤다.

강렬한 절실함으로 하나가 된 광주. 이 중심에는 광주의 지휘자 박진섭 감독이 있다.

시즌 시작 전 전지훈련에선 선수단의 체력 증진을 위해 ‘체지방 10% 이하 감량’을 주문했고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답게 까다로운 수비 전술을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전술 PPT’를 직접 고안해서 발표하게 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조용한 카리스마형 리더이자 과학적이고 탄탄한 전술로 광주를 이끌고 있는 박 감독. 그가 무더위에도 겨울 양복을 고집하고 있다.

박 감독은 리그 17경기를 단 한 벌의 의상으로 입성하고 있다. 지난 3월3일 서울 이랜드와 개막전을 시작으로 지난달 29일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까지 ‘겨울 양복’을 입었다. 하늘색 셔츠 위에 검정색 니트로 레이어드 한 뒤 그 위에는 남색빛의 수트 자켓까지 걸쳤다. 지난 대전전이 열린 오후 오후 7시 기온은 약 21℃로 겨울 양복은 아무래도 더울 수 밖에 없다.

박 감독은 서울 이랜드와 개막전에서 팀이 3-1 대승을 거두자 이 데일리룩을 고집하게 됐다. 혹여 의상을 갈아입고 팀이 패배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양복 징크스’를 만들게 됐다.

같은 옷이 여러 벌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 이랜드전 승리 기원 옷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벌신사 박 감독은 경기가 있는 날 집 앞 세탁소에서 ‘양복’을 찾고 장착(?)한 뒤 경기장을 찾는다고 한다. 박 감독의 징크스 탓인지는 몰라도 팀의 승격행은 순항 중이다.

지난 6월 광주 홈 경기장에서 만난 박 감독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를 체크했는데… 아직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겨울 양복 입는 게) 버틸만은 하더라구요”하며 웃었다.

박 감독의 징크스가 광주의 무패 신화를 이끄는 것인진 알 수 없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라운드 밖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령탑에게 신뢰감을 갖고 있다. 이처럼 지도자-선수들의 절실함은 광주를 원팀으로 만드는 강한 접착제로 작용하고 있다.

어느새 여름 밤도 성큼 다가와 ‘폭염’을 대비하는 때가 됐다. 박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리그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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