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커녕 일자리 쫓겨나도 뻥긋 못할 처지”

파리목숨 경비원들<상> 노동인권 사각
근무자 감축 기본… 주말 업무 없애 임금 하락
2~3개월 초단기 계약에 최저임금 안 지키기도
경비원들 “해 바뀌어도 개선될 여지 없어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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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아파트 경비 초소에서 경비원 김모씨가 저녁 근무를 하고 있다. 김씨를 비롯한 이 아파트 경비원 10명은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6개월짜리 근로 계약이 만료돼 모두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지난달 26일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아파트 경비 초소에서 경비원 김모씨가 저녁 근무를 하고 있다. 김씨를 비롯한 이 아파트 경비원 10명은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6개월짜리 근로 계약이 만료돼 모두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건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갑작스런 해고 통보로 생계를 위협받기도 한다.

그러나 고령으로 구직이 어려운 탓에 경비원들은 노동인권 사각지대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입도 뻥긋 할 수 없다.

이들 중에는 양변기가 놓인 좁은 화장실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하루하루를 구걸하듯 살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1일 광주경비원일자리협의회(이하 광주경비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1200여개 공동주택 단지에 3800여명의 60~70대 고령 경비원이 종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고노동·저임금·무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광주경비원협의회의 주장이다.

이들이 스스로를 ‘파리목숨’이라 비유하는 것은 불안정한 고용이 가장 큰 원인이다.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광주 광산구 93개 단지에 고용된 경비원 164명 중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고용한 형태는 19.8%에 그쳤다. 나머지 80% 이상은 경비 용역업체를 거쳐 간접고용됐다.

광주경비원협의회 측은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경비원들의 근무 여건을 악화시킨다고 말한다. 위탁 수수료, 노동 임금 축소, 휴게시간 탄력 적용으로 인한 근무시간 단축 등 위탁업체가 이익을 위해 고령 경비원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짙어졌다는 게 협의회의 분석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사례는 6개월 미만의 초단기계약이다. 지난달 30일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아파트에서 근로 계약 만료로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된 경비원 10명이 여기에 속한다. 이곳 경비원들은 경비 위탁 업체가 애초에 6개월짜리 단기 계약을 맺고,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케 하는 등 사실상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선 경비원들은 위탁업체가 채용할 때는 고령노동자, 취약근로자라며 임금을 적게 주려하는데다, 일정 기간 노동하면 입주민의 민원이라고 하며 임의해고 또는 타 아파트로 전보시키면서 퇴직금 및 연차수당을 착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2년 단위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계약을 맺는 위탁업체 관행도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핑곗거리가 되고 있다.

고용이 불안하다 보니 입주민 등의 온갖 갑질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 지난 3월 광주 북구 한 아파트에서는 60대 입주자 대표회장이 2년 넘게 70대 경비원으로부터 20여차례에 걸쳐 1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일이 드러나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광주 서구 금호동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A(59)씨가 테니스장 이용 문제로 언성을 높이던 중 60대 경비원이 제지하고 나서자 ‘감사도 못 알아본다’며 해고 압박을 했다. 결국 경비원은 이 아파트 경비직에서 잘렸으며, 위탁 업체에 의해 타 아파트로 전보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말미암은 ‘임금꺾기’ 수법도 가지각색이다. 휴게시간이나 휴일을 늘려 시간당 임금을 줄이거나, 아예 단지 내 경비원과 초소 수를 줄여버리는 식이다. 24시간 근무인 경비원들에게 휴게시간 확대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또 근무 인원 감축은 남아 있는 경비원들의 업무 추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께 광주 북구 삼각동 한 아파트에서는 12명이 경비 근무를 해온 것을 6명으로 반토막 낸 것이 그 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께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는 아예 경비 초소를 10곳에서 5곳으로 줄여버렸다.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는 경비원들의 주말 근무를 없애버렸다. 임금은 줄었지만, 주말새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고스란히 경비원들 몫이었다.

서연진 광주경비원일자리협의회 대표는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주어진 휴게시간까지도 무급으로 노동하는 게 경비원들의 현실”이라며 “정년퇴임한 고령자들이 적체된 상태에서 노인일자리로 인식되는 경비원 수는 줄고 여건도 개선될 여지가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