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어겨도 참고 근무… 영문 모를 해고통보 참담”

광주 동구 모 아파트서 경비원 10명 동시에 해고
위탁 업체가 계약 만료 한 달 전 사직서 제출 요구
경비원들 “묵묵히 일했는데 사유도 알 수 없어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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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아파트 경비원 초소에 딸린 화장실에서 경비원 김모씨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밥솥에 담긴 밥을 퍼 담고 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지난 26일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아파트 경비원 초소에 딸린 화장실에서 경비원 김모씨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밥솥에 담긴 밥을 퍼 담고 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

“최저임금을 못 받아도 항의한 적이 없고, 한 사람도 징계 받은 일이 없이 묵묵히 근무해왔는데 그나마도 잃게 생겼습니다.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파리 목숨에 억울함만 쌓이네요.”(66세 경비원 김모씨)

27일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아파트에서 근무 중인 경비원 10명이 이번 달을 끝으로 동시에 근로 계약이 만료된다. 이에 따라 60~70대의 고령자인 경비원들은 당장 생계 수단을 잃게 될 상황에 처했다.

경비원들은 사실상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연장 계약이 가능한데도 위탁 업체가 계약 만료일로부터 한 달 전인 지난달 말께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동안 인권유린이나 다름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면서도 볼멘소리 한 번 낸 적이 없었는데 연장 계약을 해주지 않는 이유조차 듣지 못한 채 잘리게 생겼다”며 “너무 억울해서 할 말은 하고 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조만간 기자회견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에서 지난 1년 6개월 동안 경비원으로 근무해 온 김모(66)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1년 단위로 계약을 했는데, 올해 2월께 재계약을 하면서 갑자기 기간이 6개월 단위로 축소됐다”면서 “업체 측에서는 회사 방침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지가 ‘파리 목숨’이나 다름 없다고 한탄했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고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데도 고령인 탓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항의조차 못 한다. 또 이번 사태처럼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없다.

이 아파트의 경우 10명의 경비원이 매일 5명씩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주어진 휴식 시간은 점심식사 1시간, 저녁식사 30분, 취침시간 7시간30분 등 9시간이다.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지만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근무 환경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식사를 할 공간이 없어 경비원 초소에서 해결하는데, 경비 업무 공간에는 밥솥을 둘 수 없다보니 초소 내부에 딸린 좁다란 화장실에 식기를 놓고 쓴다. CCTV 모니터 등 경비업무를 제외한 기기들은 직접 구비해야 한다.

김씨만 해도 식사를 위해 필요한 전기밥솥과 식기류는 집에서 가져다 쓰고, 텔레비전은 주민이 버린 것을 들여놨다. 처음 왔을 때는 소형 냉장고도 작동을 하지 않아 사정을 한 끝에 겨우 교체됐다고 했다.

김씨는 “식당이 없어 양변기 앞에서 밥을 지어 먹는다. 볼일이 급한 주민이 지나가다가 화장실을 좀 빌리자고 해도 창피해서 화장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면서 “인권유린이나 다름 없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근무했는데 속이 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위탁 업체는 김씨 등 10명의 계약 만료 시기에 맞춰 업무를 인계할 경비원 10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까지 근무가 만료되는 경비원들은 억울한 심정에도 말 한 마디 못한 채 또 다른 고령의 근로자들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는 실정이다.

새로 채용된 경비원들 또한 6개월 단위로 계약이 체결됐거나, 아직 계약을 하지 않고 우선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미 새로운 인력이 뽑힌 상황이기에 재계약을 해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파트 주민들을 비롯해 다수 시민들이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로 여건에 관심갖길 바라며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위탁 업체 내부 사정일 뿐이라며 경비원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은 것과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경비원들은 해고당하는 게 아니라 계약 만료가 된 것이다. 아파트 측은 위탁 업체에 경비 업무를 맡긴 것이기에 거기까지 관여할 이유가 없다”면서 “위탁 업체 또한 오는 12월께 계약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경비원일자리협의회 서연진 대표는 “경비 위탁 업체들은 6개월 미만 단기 계약을 통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경비원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토록 해 혹 법정다툼을 하게 돼도 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꼼수를 부리는 게 부지기수”라며 “고령의 경비원들은 노동 시장에서 어떠한 권익도 보호받지 못하는 최약체인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