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승의 클래식 이야기>오케스트라 연구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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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향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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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의 위기’

지금도 독일인들에게 프리드리히 대왕(Friedrich der Große)으로 불리는 프로이센 왕국의 제3대 국왕은 ‘프리드리히 2세'(재위 1740~1786)였다. 종교에 대해서는 폭넓은 관용 정책을 펼쳤고 재판과정에서 고문을 근절시켰으며 뛰어난 군사적 재능으로 군대의 조직과 관리, 정복전쟁의 지휘까지 직접 담당했으며 합리적인 국가경영 능력을 발휘해 프로이센을 당시 유럽 최강의 군사대국으로 성장시킨 그는 또 특별히 예술적 재능과 관심까지 겸비하고 있었기에 그야말로 ‘계몽군주’의 전형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흥미와 재능을 드러냈던 ‘프리드리히 대왕’은 단순한 음악 애호가가 아니라 플루트 연주자였으며 작곡자였다. 그는 당시 최고로 유명했던 플루트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요한 요아힘 콴츠’에게 플루트를 배웠다. ‘프리드리히 2세’의 플루트 연주 실력에 대한 당시 음악가들의 평가는 일반적인 음악애호가들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연주 실력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매사에 엄격하고 규범주의자였던 부왕(父王)은 장차 왕이 될 아들이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여러 차례 경고와 함께 음악활동을 금지시키고자 했다. 이에 그는 부왕에게는 일체 비밀로 하고 왕세자의 궁전이 있는 라인스베르그(Rheinsberg)에서 실내악단과 솔리스트, 작곡가 등 음악가 집단을 고용하며 더욱 음악에 몰두하였다. 1740년 부왕이 세상을 뜨자 그는 자기의 실내악단을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큰 규모인 50여명의 관현악단으로 늘린다. 여기에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둘째 아들인 ‘C. P. 엠마누엘 바흐’도 제1쳄발로 주자로 포함되어 있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1742년 베를린에 대규모 공연장인 국립 오페라 극장을 건설하기도 하였다. 당대 최고의 전략가였던 ‘프리드리히 대왕’이 오케스트라와 관련해 세상에 남긴 말은 대단히 유의미하다. “관현악단(오케스트라)하나를 운영하는 것이 군대 몇 개 사단을 지휘하는 것보다 어렵다.” 프로이센 왕국의 왕으로서 모든 권력과 자본을 한 손에 쥐고 있던 그가 왜 오케스트라 하나를 운영하는 것이 군대를 지휘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을까? 일단 오케스트라는 단기간 내 연주 수준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만큼 본인의 기대치에 부합될만한 탁월한 오케스트라 하나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고 더구나 까다롭고 예민하고 변덕스러운 음악가들의 집단을 상대한다는 것까지 지존(至尊)의 왕에게조차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분야이고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프로 오케스트라 하나를 운영하는 것은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여러모로 힘든 일인지 모른다.

‘현대 오케스트라 운영의 핵심은 재정 확보’

고대 이래 변함없는 사실로서 자본이 풍부한 곳에 문화 예술의 발전이 있었다. 이태리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들에게 베풀었던 호의와 아낌없는 후원이 피렌체의 르네상스(문예부흥)시대를 견인하였듯이 예술은 경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으며 사실상 자본의 힘에 기대어 꽃 피워 진다. 그러므로 예술이란 한 나라나 지역의 경제적 역량과 비례하여 발전하거나 쇠퇴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며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가장 먼저 외면당하는 분야 역시 예술이다. 지금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경제, 세계 경제까지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다. 미국 5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세계적 명성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Philadelphia Orchestra)는 2011년 끝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었고 지금은 새로운 운영조직으로 재기에 힘쓰고 있다. 무려 111년이라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엄청난 역사와 전통은 도산하는 오케스트라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질 못했다. 일본에서도 과거 일본교향악단(Japan Philharmonic Orchestra),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Tokyo Philharmonic Orchestra)등이 여러 번 도산하거나 해산, 합병되는 과정을 겪었다. 유럽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필자는 직업의 특성상 세계 여러 나라 오케스트라 운영조직들과 정보 교류가 용이한 편이다. 유럽 현지의 사정들은 옛날 그 빛나던 유럽 오케스트라들의 영광이 정말 있기는 했을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클래식 음악의 본 고장인 유럽 클래식 음악의 몰락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서서히 진행 되어 왔었다는 사실이고 이제는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들이 오로지 효율적 경영에 목을 매는 실정이다. 한국의 프로 오케스트라단원들 대부분이 이런 사실들을 잘 모르고 있겠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 톱클래스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London Symphony Orchestra) 대부분의 단원들은 정년 보장이 없는 계약직이다. 1년 계약도 하고 행사기간 때마다 몇 개월짜리 계약도 한다. BBC 심포니 등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오케스트라마저도 급여 삭감과 더불어 비정규직 단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동 유럽 쪽에서는 오케스트라 운영비를 대폭 절감하기 위해 사무국 직원들을 제외하고 아예 비정규직 연주 단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른바 텔레폰(telephone)오케스트라들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나라별 오케스트라 각자의 운영방식들이 다르고 경제적, 문화적 여건 또한 다양하지만 전체적인 결론은 오케스트라의 운영자금 확보 자체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문화 선진국 대부분 프로 오케스트라는 법인체(法人體)로서 말하자면 일반 회사처럼 운영이 되는 것인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의 규모는 아주 작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오케스트라 사무국에서는 수익 구조에 민감할 수 밖 에 없으며 수익 창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 후원자들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도 오케스트라 사무국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된지 오래다. 미국의 여러 프로 오케스트라들의 운영난이 보다 심각하게 된 것은 대략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 매출액은 2008년 보다 무려 절반가량 떨어졌으며 청중의 숫자도 20% 이상 급감했다. 이 수치는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사회에서 가장 먼저 외면당하는 분야가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운영의 위기로부터 한국의 프로 오케스트라들은 적어도 현재까지 무사하고 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내 주요 프로 오케스트라의 법적 성격이 시립예술단체로서 운영비의 100%를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오케스트라의 공공재(公共財)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직시해야 할 사실은 우린 이미 전 세계 모든 분야의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예술가가 벼슬은 아니다. 그 무자비하고 도도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예술을 하니까 상관없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안일한 인식은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예를 들자면 14년 전 서울시향이 법인화 되었고 6년 전에는 KBS교향악단이 법인화 되었다. 그 외에도 코리안 심포니, 강남심포니 등 상당 수 의 수도권 오케스트라의 법인화는 이미 진행되었고 정착단계로 들어섰다. 더욱이 최근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전례가 없던 계약 오케스트라 ‘고양시 교향악단’의 성과가 지역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고양시(市)는 지난해 전국공모를 통해 고양시 교향악단 상주단체를 모집하였고 인구 100만의 고양시에 최초로 ‘고양시 교향악단’이 창단되었다. 이들이 계약기간 2년 중 지난 1년간 이뤄낸 성과는 지역 공연 예술계 전반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최소 수십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전국의 일반 시립교향악단에 비해 훨씬 적은 예산으로도 오케스트라의 운영이 가능하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서 의정부시 등 각 지자체들에서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필자는 상당한 쇼크를 받았고 드디어 올 것이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하던 오케스트라의 합리주의적 운영방식들이 한국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년을 보장받고 인건비를 포함하여 모든 운영 예산을 시에서 부담해주는 국내의 ‘시립교향악단’이라는 제도는 운영의 안정성 면에서는 완벽하다. 이미 모든 예술단체의 법인화가 대세인 세계적 경향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도 매우 드문 운영 사례이고 큰 혜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국내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운 좋게 지속되고 있을 뿐인 위태로운 제도의 뒤에서 안심할 수 있던 시대는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고 본다. 비정하게 들리겠지만 주변에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 진행될 사실들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아무런 대책조차 없다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 이쯤 되면 국내 ‘시립교향악단’ 구성원 모두가 진지한 상황 인식과 함께 살길을 찾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정상이다.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 Tokyo Philharmonic Orchestra) 편집에디터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 Tokyo Philharmonic Orchestra) 편집에디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서울시향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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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를 연주하는 프리드리히 대왕 편집에디터
플루트를 연주하는 프리드리히 대왕 편집에디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Philadelphia Orchestra) 편집에디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Philadelphia Orchestra)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