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소식에 ‘가슴 철렁’한 백운광장 주민들

본격 장마철에 백운광장 일대 주민들 불안 호소
하수관 설치 지연으로 작년 피해 반복될까 우려
남구, “전담반 구성 현장활동 대비 철저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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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백운광장 일대 거리마다 혹시 모를 폭우를 대비해 침수방지용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
26일 백운광장 일대 거리마다 혹시 모를 폭우를 대비해 침수방지용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다. 이한나 기자 [email protected]

 ”비만 오면 가슴이 철렁하지. 장마철 오기 전까지 하수관 공사를 마친다더니 이제야 삽을 들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올해 첫 장마가 시작된 26일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일대 주민들은 악몽 같았던 작년 폭우 피해가 재현될까 벌써부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백운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송순옥(55·여)씨 역시 쉬지 않고 내리는 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식당 입구에는 빗물이 거세지면 곧장 가져다 쓸 수 있게끔 철문 가리개가 앞에 놓여 있었고, 냉장고 등 전자기기들은 혹 빗물이 유입돼도 손상되지 않도록 죄다 30㎝가량 높이의 철제 받침대 위에 올려 져 있었다.

 송씨는 “작년 이맘때 식당은 물론이고 기거하는 방 안쪽까지 물이 들어차 거의 모든 살림을 버려야 했다”며 “또다시 장마철이 돌아오는데 구청에서 한다던 하수관 공사는 이제야 삽을 떴다. 작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몹시 걱정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배수구로 빗물이 역류하면 바로 막아야하는데 한 달 전쯤 구청 직원이 모래주머니를 가져다 주겠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 남구 주월동·백운동 지역은 지난해 8월27일과 31일 내린 시간당 60㎜의 폭우에 상가 104동, 주택 20가구, 차량 70여대, 아파트 지하시설, 농경지 7.5㏊가 물에 잠겼다.

 골목길은 한 때 사람 허리까지 물이 올라 찼으며, 주민들은 옥상과 고지대로 긴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편은 말로 못 할 정도였고, 불만과 민원은 폭주했다.

 이에 관할 지자체인 남구는 장마가 끝난 뒤 후속 조치로 백운광장 주변에 500m 길이의 하수관로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설계 용역과 입찰이 늦어지면서 계속 미뤄지다 지난달 말께 돼서야 공사가 시작됐다. 준공 예정일은 내년 6월께다. 올해 장마는 주민들이 맨몸으로 버텨야 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공사가 자꾸만 늦춰지다 결국 장마철을 맞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상당했다.

 주월동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김미숙(60·여)씨는 “비만 내리면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작년 생각에 잠을 못 잔다”면서 “남구청에서 침수 대비 철문 가리개랑 모래주머니를 가져다 줬지만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걱정되는 마음에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작년 12월이면 하수도 공사가 완료된다고 했다가 갑자기 올해 5월로 연기되더니, 이제는 내년 6월에나 가능하다고 한다”면서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주민들은 앞서 지난 6일과 7일 광주·전남지역에 잠시 소나기가 쏟아졌을 때 백운광장 일부가 침수됐다며, 올해도 큰 피해가 발생할 조짐이 있는 만큼 구청이 철저하게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당 주인 허만석(71·백운동)씨는 “며칠 전 비가 왔을 때도 조금밖에 내리지 않았지만 가게 앞 인도가 약간 잠겼다. 하수구 설치가 늦어져 올해도 분명 피해를 볼 것 같다”면서 “오죽하면 내가 집을 부동산에 내놨겠나. 비 때문에 여기에서 살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남구 관계자는 “백운광장 주변 하수관로 개선사업이 늦춰진 만큼 자체적으로 특별 침수대책을 마련해 피해 축소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이를 위해 재난대비 훈련은 물론 8개조 44명의 전담반을 구성해 상습 침수 지역관리에 나섰고, 재난 예·경보 시설과 CCTV를 설치해 상시모니터링 체계를 갖췄다”고 답했다.

 한편,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전남은 이날 오전 6시부터 남서해안부터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시작돼 지역에 따라 10~40㎜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27일 새벽까지 총 8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비는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내달 초 다시금 장마전선이 남하와 북상을 반복하면서 빗줄기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 상의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하게 되면 예상보다 강수량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기상예보를 참고해 폭우로 인한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한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