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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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행복한 철학자’, ‘영원한 현역’으로 불린다. 김형석 명예교수다. 올해 딱 100세다. 2년 전 그를 만난 적이 있다. ‘공프로젝트’ 취재를 하면서다.

당시 98세. 적잖은 나이였다. 그는 세상과 동행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애썼다. 무한경쟁으로 회자되는 세상에서 ‘힘’ 빼고 살아도 행복했다.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로 우리를 일깨우는 시대의 지성이다.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100세가 된 지금도 한 해에 160여 회가 넘는 강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여전히 ‘행복한 청춘’을 꿈꾼다. ‘콩나물에 물을 주듯’ 계속 일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2년 전 그가 들려줬던 이야기다.

물이 금방 흘러내려 가는 것 같지만, 물이 내려가는 동안에 콩나물은 자란다. 그가 말하는 물은 지식이다. 콩나물에 물을 주지 않으면 어떤가. 말라버린다. 인생이 그렇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물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릇에 물을 담아 콩나물을 거기에 두면 물은 안 줘도 될 일이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콩나물은 썩게 마련이다. 지식을 배우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80세 되던 해, 그는 한 해를 쉬었다. ‘열심히 일했으니 한 해쯤…’이란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쉬는 한 해, 일하는 한 해보다 더 불행함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쉬는 한 해는 콩나물에 물을 주지 않은 해였다. 그래서 여전히 쉴 수가 없다.

젊은 청년들에게 던졌던 메시지, 지금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개인의 삶에서 희망을 어떻게 찾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양 격언을 빗댔다. ‘악마는 우리를 유혹하지만, 신은 우리에게 시련을 주셨다’는 격언이다. 시련을 극복하는 사람이 인격도 성장하고, 그 민족도 역사를 단축시킨다고 그는 믿는다. 아무 어려움 없이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의 어려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너무 나약해도 안 된다. ‘내가 개척해야겠다는 것보다 누가 나의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나약한 생각이다. 물론 청년실업 문제 등에 대한 정책적 대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청년을 걱정하는 마음,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염려하는 마음이었다.

새겨볼만한 이야기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