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연륙·연도교 ‘섬의 미래’를 바꿨다

▶남해안 섬 관광시대 앞당기자=완도 신지·고금도
장보고대교 개통…관광객 늘고 사계절 관광지 부상
전복 등 특산물 경쟁력 높아지고 주민 생활도 변화
관광 전략 수립…인프라 등 풀어야 할 과제 산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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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장보고대교의 위용. 사진 위쪽으로 고금도와 약산도 등 남해안의 수려한 섬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다. 완도군 제공 편집에디터
하늘에서 바라본 장보고대교의 위용. 사진 위쪽으로 고금도와 약산도 등 남해안의 수려한 섬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다. 완도군 제공 편집에디터
완도 신지도의 명물 명사십리 해수욕장. 편집에디터
완도 신지도의 명물 명사십리 해수욕장. 편집에디터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완도 신지도의 또 다른 명물은 ‘명사갯길’이다. 완도 신지도의 나지막한 산길을 걸으며 드넓은 다도해까지 즐길 수 있는 이 길은 오랜 세월 섬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며 만들어진 작은 오솔길이었다. 하지만 섬 사람들만 알았던 이 길은 지난 2005년 완도와 신지도를 잇는 신지대교 개통으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힐링의 명소가 됐다. 여름 한 철 피서지에 머물렀던 신지도를 4계절 관광지로 바꾼 것도 이 길의 힘이었다. 김채열 전 신지도 대평어촌계장은 “신지대교와 장보고대교는 단순한 다리의 의미를 넘어 신지도에 새로운 기회”이라며 “신지도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3개의 징검다리로 이어진 강진만

완도에서 강진으로 이어지는 국도 77호선에는 두 개의 섬이 있다. 연륙·연도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된 신지도와 고금도다. 연륙교는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를 말하고, 연도교는 ‘섬과 섬을 잇는 다리’라는 뜻이다.

지난 2007년 강진 마량에서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가 완공됐고, 앞서 2005년에는 완도에서 신지도를 잇는 신지대교가 개통했다. 2017년에는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가 들어서면서 바다로 끊어졌던 77번 국도는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1999년에는 고금에서 약산간 약산대교가 완공되면서 830번 지방도로도 하나로 이어졌다. 강진만을 감싼 완도와 신지, 고금, 약산 등 4개의 섬이 하나로 묶인 셈이다.

지금까지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뛰어난 관광자원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신지도와 고금도도 연륙·연도교가 잇따라 개통되면서 새로운 해양 관광지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리가 완공되기 전, 완도에서 강진을 가기 위해 해남으로 돌아 2시간여를 가야 했던 이동시간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강진을 주 생활권으로 했던 고금·약산 주민들이 이어진 다리를 통해 완도로 몰리면서 침체됐던 완도 5일장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완도읍 상가나 병원, 심지어 목욕탕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크게 늘어났다.

●장보고대교 섬의 미래를 바꿨다

연륙·연도교 건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증가로 이어졌다. 당장 수년 전까지 철부선을 이용하던 4000여 명의 주민과 200여 명에 달하는 양식어민들의 생활상이 크게 바뀌었다. 생산에서 출하까지 시간이 절약되고 물류비가 줄어들면서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전복이나 광어, 김 등 수산물의 경쟁력까지 올라갔다.

배를 타고 찾아가야 했던 취약한 접근성으로 관광객의 외면을 받았던 신지해수욕장 등도 신지대교 개통으로 연간 1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있다. 고금대교와 약산대교 또한 주말이면 수 천여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완도군이 자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고금도의 경우 2017년 7000여 명에 머물던 관광객이 이듬해 4만5000여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차량통행도 급증해 국도 77호선이 지나가는 고금도의 경우 주말이면 교통정체에 시달릴 정도다.

정인호 고금면장은 “장보교대교 개통전 청산도와 보길도로 몰리던 관광객이 장보고대교 개통 이후 고금을 거쳐가고 신지도와 고금도를 찾아오는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장보고대교가 섬의 미래를 다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편의 증진·발전 가능성도 높아

주민들의 생활 편의도 크게 향상됐다. 연륙·연도교 개통 이전 고금면과 약산면 주민들은 완도군청을 가려면 배를 이용하거나 강진~해남 방면의 육로를 우회하는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장보고대교를 차량으로 이용하면, 고금면에서 완도군청(약 20㎞)까지 20분이면 도착이 가능해졌다. 배를 이용했던 이전과 비교해 40여 분이 소요됐거나, 강진 방면으로 우회했을 경우 최소 1시간 30분이 든 것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5분의 1 수준의 시간 단축 효과를 보는 셈이다.

몸이 아플때 병원을 바로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섬 생활의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졌고 섬이라는 특성상 감내해야 했던 비싼 생필품 값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소외감도 없어졌다.

연륙·연도교 개통은 단순히 섬과 육지를 잇는다는 의미를 넘어 완도를 해남·강진과 함께 공동권역으로 묶어 서남해안 연결축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다.

김채열 전 신지 대평어촌계장은 “섬과 섬 사이에 다리 하나가 새로 놓였을 뿐인데 그 효과는 몇 곱절 크고 성장 가능성 또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며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섬 마을이 지금은 새로운 기회의 시작으로 주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치유산업 메카 추진

왼도군은 지역이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을 적극 활용해 신지·고금·약산도를 해양치유산업의 메카로 육성하는 장기 계획을 내놨다.

우선 신지도는 해수와 심층수, 해조류 등 해양자원을 활용해 질병치료 공간과 육체 면역력 강화, 마음 안정과 휴식, 체력 기능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해양치유 산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해양스포츠 4계절 전지훈련과 해양레포츠 공간 등을 설립해 해양스포츠 메카로도 개발한다.

특히 신지도에 건립되는 해양치유센터는 국비 160억원을 포함해 총 32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0년 착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공모한 지역발전투자협약사업에 해양치유블루존 조성사업이 선정돼 200억원의 사업비도 확보했다.

고금도와 약산도 또한 해안을 중심으로 이어진 해안길이나 들녘을 중심으로 하는 체험길 등 각 섬별 힐링이나 등산이 가능한 2~3개의 테마길이 조성된다. 여기에 약산도는 흑염소나 약초를 활용한 먹거리를 개발하고, 삼학수목원 체험연계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후속 연결도로, 관광전략 과제

강진 마량에서 고금도를 연결하는 고금대교. 고금대교로 연결되는 국도 77호선. 편집에디터
강진 마량에서 고금도를 연결하는 고금대교. 고금대교로 연결되는 국도 77호선. 편집에디터

하지만 장보고대교 개통에 따른 교통체계를 확충하고 도로 인프라를 개선시키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초기 긍정적인 이미지를 정립시켜 한번 찾은 관광객들이 다시 찾는 지역으로 만드는 것도 완도군과 주민들에게 주어진 몫이다.

당장 국도 77호선의 경우 장보고대교 완공으로 완도~고금 구간 교통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일부 구간이 급경사 굴곡구간으로 전방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노견이 없어 교통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름은 국도지만 장보고대교 개통 이전 군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도로 이용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관광객 이영철(45·광주 서구)씨는 “장보고대교 개통으로 완도 여행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강진~마량 구간과 고금도 구간 등의 도로 여건이 나빠 오히려 해남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르다”며 “국도 77호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초기 이미지를 정립하고 타 지역과 차별화된 관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포대학교 이상찬 산학협력단장은 “신지도와 고금도, 약산도 등은 장보고대교 개통 이후 강진군에서의 접근이 원활해져 완도군의 대표적인 휴양레저관광자원으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비시즌 관광객을 유인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해변형 관광과 역사체류형, 스토리텔링 답사 코스형 등 체험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글·사진=이용환 기자

이용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