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거꾸로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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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봉 기자 gbkim@jnilbo.com
김기봉 기자 gbkim@jnilbo.com

생각을 바꾸면 신체 나이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을까?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엘렌 랭어( ELLEN J. LANGER) 교수는 이 엉뚱한 명제를 놓고 실험을 했다. 그는 75~80세 노인들 8명에게 20년 전, 즉 그들이 50대 후반일 때 생활환경 속에서 살도록 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COUNTER CLOCK WISE STUDY)’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엘렌 랭어가 실험에 착수한 때가 1979년. 노인들은 외딴 시골에서 1959년의 풍경으로 꾸며진 집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들은 가족이나 간병인 도움 없이 요리와 설거지, 청소 등 육체적 활동을 하며 일상생활을 지냈다. 1950년대 유행했던 노래를 듣고, 당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각자의 방에는 20년 전 자신들의 사진을 걸어놓았다. 특히 20년 전 상황을 무조건 ‘현재형’으로 말해야 했다.

단 일주일 만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노인이 스스로 일어나 집안을 돌아다니게 됐다. 시력과 청력이 좋아졌고 기억력이 향상됐다. 몸무게도 평균 1.5kg 늘었다. 신체나이가 50대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 실험은 노화와 인간의 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실험이 이뤄진 적이 있다. 2013년 EBS가 노인 5명을 대상으로 30년 전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일주일 동안 생활하게 했다. 이들 역시 일주일 만에 유연성과 걷기속도가 향상됐고 언어 학습능력도 좋아졌다. 혈압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주름이 개선되는 변화도 일어났다.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는 인간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젊게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노화속도를 늦추고 나아가 ‘회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웅변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나이듦을 두려워한다. 삶은 죽음과의 전쟁을 하는 과정이라는데, 언젠가는 그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러나 매일 매일 살아있다는 건 그 전쟁에서 매일 매일 승리했다는 의미도 된다. 발상의 전환이 나이듦을 멈출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젊게 생각하면 젊음의 시간을 되찾게 된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인생을 만든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고 하지 않았는가.

김기봉 디지털뉴스국장·논설위원

김기봉 기자 gb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