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초월 아시아 투쟁가로 자리매김 한 ‘임을 위한 행진곡’

홍콩 송환법 반대 집회서 불려 주목… 20년새 퍼져
아시아 각국, 韓 경제 성장만큼 노동.문화운동 관심
전문가 “공감과 연대로 불리는 사실 왜곡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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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가 입법회의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14일 '임을 위한 행진곡' 2절을 한국어 가사 그대로 불러 관심을 모았다. 뉴시스 편집에디터
17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가 입법회의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14일 '임을 위한 행진곡' 2절을 한국어 가사 그대로 불러 관심을 모았다. 뉴시스 편집에디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홍콩 시위에서 울려 퍼졌다.

지난 14일 홍콩 도심 차터가든 공원에서 진행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 100만 행진 현장에서 이 노래가 불려졌다. 더욱이 참가자들이 노래 2절을 한국어 가사 그대로 불러 관심을 모았다. 이 장면은 유튜브 등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면서 국내에서도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난 20년 새 아시아 여러 국가의 투쟁 현장 등에서 번안돼 불려왔다고 전했다. 다만,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해외에서 민중, 저항을 상징하는 의미로 널리 전파됐다고 해서 단순히 ‘수출품’으로 이해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홍콩시위서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홍콩 시위에서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유튜브 등을 타고 영상이 전파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홍콩덕후 JP’s Edit’가 지난 14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면, 이날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조례’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무대 위에 올라 “이 노래의 내용에 대해 알고 싶다면 구글에서 ‘광주의 노래’로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며 “만약 여러분이 한국 영화 세 편 ‘변호인’, ‘택시 드라이버’, ‘1987’을 보셨다면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아실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가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7년 박근혜를 끌어내리기 위해 100만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부른 노래”라며 “좋은 노래는 오래 전해져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 참가자는 이렇게 시위대를 향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개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둥어로 번역해 ‘우산 행진곡’이라고 이름 붙인 노래를 부른다.

이후 이 참가자는 다시 한국어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참가자는 특히 노래 2절을 한국어 가사 그대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시위대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흔들며 호응을 보냈다.

또 최근 유튜브 등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 영어 버전, 랩 버전과 락 버전 등도 유포되고 있어 5·18 정신의 대중화·세계화에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 아시아권 투쟁 현장 불려… “수출품 보는 시선은 곤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시아권 투쟁 현장에서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이미 노동자들이 쟁의를 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대만 등 동남아 곳곳의 민주화 운동에서도 불리면서 점점 아시아권에서 민주 항쟁을 상징하는 노래로 여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여 년간 교류해온 아시아의 사회운동가들의 교류의 역사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한국의 사회·인권 활동가들이 동아시아 사회혁신·인권과 관련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연대 활동을 벌였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유인례 5·18기념재단 국제연대부장은 “5·18기념재단에서 2000년도부터 국제연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인권단체들과 연대를 구축하고 5·18 정신 세계화 등 목적을 가지고 연대 및 협력을 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활동을 할 때마다 5·18에 대한 소개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진 배경이 소개되고,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저항을 나타내는 노래로 인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오승용 전남대 5·18 연구소 교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여러 나라에서 불리게 된 것은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동안 한국의 사회·인권 활동가들이 동아시아 사회혁신·인권과 관련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 연대 활동을 벌였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사회, 인권 활동가들의 협력과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임을 위한 행진곡이 소개되고 행사에서 불려지고 들려지는 경험들이 축적됐을 것이다”며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다른 나라에도 알려지고 각기 자기 나라 상황에 맞게 노래를 개사해 부르게 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추모곡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의 열망을 담은 곡이다. 홍콩시민들이 그런 공감대를 가지고 부른 것 아닐까 한다”면서 “노래라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있는데 홍콩 송환법 비판 시위에 이 노래가 쓰여 작곡가로서 감회가 새롭다. 홍콩시민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위로와 위안을 받고 송환법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해외에서 민중, 저항을 상징하는 의미로 널리 전파됐다고 해서, 단순히 수출품이라고 이해하면 안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재대 5·18기념재단 교육문화부장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해외에서 민중, 저항을 상징하는 의미로 널리 전파됐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수출품’이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면서 “5·18 정신이 가진 역사성에 대해 동의하고 공감하는 취지에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광주의 5·18에 대해 알게 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공감과 연대의 의미로 불려졌다는 사실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나 기자 [email protected]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