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문화담론>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에서 해방되기

김꽃비 ㈜쥬스컴퍼니 매니저

476
 편집에디터
편집에디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깨닫고 인간이 우주를 여행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가 이토록 사각형에 집착하며 살던 때가 있었던가. 그중에서도 ‘정사각형’ 말이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을 가진’ 정도 쯤 되겠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도 단연 사진과 동영상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지에 집중하다 보니 저런 신조어도 생겨난 게 아닌가 싶다. 모바일 기기 사용이 익숙한 밀레니얼세대는 SNS에 자신이 소비한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경향이 일반적인 소비행태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분야와 업종에서 앞다퉈 ‘인스타그래머블’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홍보마케팅 분야에서도 ‘인스타그래머블’은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성공한 상품의 기준이 얼마나 잘 팔렸는지와 함께 온라인에 얼마나 많은 해시태그를 보유하고 있느냐로 분류되니 소비시장에서 볼 때도 참으로 큰 변화다.

누구나 자신만의 미디어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이후,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자기 PR을 쉽게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서 살게 됐다. 하지만 그와 함께 조금은 피곤한? 삶을 얻게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중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은 여러 감각기관 중 분명 ‘눈’이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 시각적 정보로 판단되는 것이 너무 많다. 눈은 하루온종일 바쁘다. 이미지 정보가 넘쳐난다. 언젠가 어떤 글에서 유명 맛집의 사장님이 가장 맛있는 고기는 카메라가 먹는다는 말이 기억난다. 가장 좋은 순간, 가장 맛있는 음식, 가장 멋진 장면은 항상 카메라가 먼저다. 순간을 즐기는 나 자신의 만족도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남긴 평가가 더 중요한 세상이다.

인스타그래머블의 대명사로 꼽히는 핫플레이스를 이야기해 보자.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핫플레이스는 그 이름처럼 뜨겁고 빠르게 떠오르지만 그만큼 급격하게 쇠락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문화기획자로 오랜 기간 정착해 일하고 있는 광주 양림동의 경우 대표적인 광주의 핫플레이스로 분류되지만, 필자는 이런 분류가 달갑지 않다. 양림동은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며 다양한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마을이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오랜 기간 정착해 살아갈 사람들이 많다. 몇장의 사진으로 짧은 시간 스낵처럼 마을을 소비하고 떠난 사람들이 내린 얕은 평가가 온라인상에서는 절대적인 의견처럼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두려울 때가 있다. 필자가 양림동을 핫플레이스로 소개하지 않는 이유다. 100만 명이 1번 오는 곳이 아닌 1명이 100번 오는 그런 양림동을 바라기 때문이다. 장소가 가진 본연의 역사와 이야기가 과연 2차원의 정사각형에 오롯이 담길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빠르게 ‘소비’되고 ‘소진’ 돼버린 인스타그래머블한 핫플레이스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역이 가진 고유한 스토리는 외면당한 채 핫플레이스라며 ‘양리단길(양림동+경리단길)’, ‘동리단길(동명동+경리단길)’ 같은 단어로 소개될 때 그 서글픔이란.

청년들에게 묻고 싶다. 언젠가부터 당신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일상에 중독돼 있진 않은지? 온라인에 기반한 소통이 익숙한 청년세대들이 결정적 장면을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은 효율 면에서 필연적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 이미지에 현혹돼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사각형의 그 작은 창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다채롭고 아름답지 않은가.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고 누군가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는 것.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장 좋은 순간을 카메라가 아닌 눈에 담으며 사는 것. 어쩌면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런 해방감을 조금은 느껴보라,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