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눅들지 않는 ‘Z세대식 한국축구’가 새역사 썼다

4강전서 이강인과 최준 눈으로 소통 결승골 합작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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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이 11일(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편집에디터
최준이 11일(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데는 사령탑을 맡은 정정용 감독과 선수들이 원팀이 되어 효과적인 축구를 한 결과다.

 특히 경기장에서 주눅들지 않고 제기량을 맘껏 펼치는 Z세대들의 새로운 축구를 선보인 것이어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Z세대는 1995년 이후 태어난 젊은이로 현실감이 발달되어 있고 글로벌 감각으로 무장된 세대를 말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주로 소통하는 디지털 원주민인 이들은 자신의 주장과 느낌을 표현하는데 익숙하다. 이들이 한국축구사를 새로 쓴 장면은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전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반 39분 이강인(만 18세.발렌시아)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넉살스러운 얼굴 표정을 신호삼아 프리킥패스로 찔러줄 볼을 최준(20.연세대)오른발로 감아차 통쾌한 결승골을 터트린 것이다. 그들만의 특유의 소통법을 통해 경기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정정용호가 새로 쓴 역사를 일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작한 이강인과 최준 잇단 선방쇼로 팀 승리를 지켜낸 이광연(20.강원 FC) 세 선수의 활약상을 정리해본다.

 ● 대회 골든볼 노리는 이강인

 대표팀 막내 이강인이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에 도전한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1골 2도움으로 펄펄 날았던 이강인은 4강전에서도 결승골을 도우며 맹활약을 이었다. 이번 대회 4번째 도움이다.

 그는 조별리그부터 총 6경기에 출전해 1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같은 인상적인 활약 덕분에 이강인은 유력한 골든볼 후보로 부상했다.

 이날도 전반 39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최준의 결승골을 도운 패스가 압권이었다. 상대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정확한 땅볼 패스로 순식간에 에콰도르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최준이 트래핑 없이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을만큼 정확하고 차기 좋은 속도로 찔러줬다. 또 전담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프리킥과 코너킥을 선보였고, 개인기는 성인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현란했다. 차원이 다른 면모다.

 골든볼은 통상 결승에 진출한 두 국가 중에서 나온다. 우승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활약도가 매우 클 경우 준우승 국가에서 나오기도 한다.

 결승 상대인 우크라이나의 다닐로 시칸이 4골을 기록해 득점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세르히 부레트사가 3골 2도움, 포포브는 3골을 넣었다.이강인의 골든볼 경쟁자들이다.

 한국에서는 장신 공격수 오세훈(193㎝.아산)이 2골을 넣었다. 결승전 활약과 승패에 따라 이들의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골든볼 수상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1979), 세이두 케이타(말리.1999),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2005) 세르히오 아게로(아르헨티나.2007), 폴 포그바(프랑스.2013) 등이 골든볼을 따냈다.

 한편, FIFA 주관대회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한국 선수는 2010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우승을 이끈 여민지가 유일하다.

 ● 결정적 한방 최준

 한국 남자 축구가 첫 국제축구연맹(FIFA) 결승에 진출한 것은 아름다운궤적의 감가차기로 에콰도르 골망을 가른 최준 오른발끝에서 나왔다. 한국 축구사를 새로쓴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최준은 경기 후 “(한국 남자 축구의) 첫 결승 진출인 것으로 안다. 너무 영광이다. 뛴 사람이나 안 뛴 사람 모두 한 팀이 됐기 때문이다. 처음이라는 게 영광스럽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처음 소집 때부터 목표가 우승이었다”면서 “한 팀을 강조했는데 지금 잘 맞아서 결승 가는 것 같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 경기가 더 남았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결승골 상황에 대해서는 “강인이와는 밥 먹을 때도 같이 앉아 있었다. 항상 같이 이야기를 한다”면서 “(세트 피스 때) 눈이 맞았다. 강인이가 패스를 잘 넣어줘서 넣을 수 있었다”고 동생에게 공을 돌렸다.

 ●선방쇼 골키퍼 이광연

 11명의 선수가 뛰는 축구는 한명의 선수가 잘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수 없다. 수비력이 겸비되지 않고 공격력만 갖고는 결코 우승을 노릴수 없다. 정정용호가 대회 결승에 오르는데 선방쇼로 실점을 막아낸 골키퍼 이광연도 한 몫을 했다.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전에서도 이광연의 슈퍼세이브는 빛을 발했다.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은 후반 30분이 넘어서자 수비에 무게를 뒀다. 무리한 공격보다는 지키기로 90분 안에 승부를 끝내겠다는 계산이었다.

 에콰도르는 동점골을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이광연의 진가가 돋보인 것은 이때부터다. 세네갈전 승부차기 선방으로 잔뜩 오른 이광연의 기세는 이날도 여전했다.

 후반 26분 디에고 팔라시오스의 왼발슛을 멋지게 쳐낸 이광연은 종료 직전 결정적인 선방을 선보였다. 후반 종료 직전 캄파나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이광연이 몸을 던져 ‘슈퍼세이브’로 막아내며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일궈냈다. 한국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캄파나를 놓쳤지만 이광연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기수 기자 [email protected]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