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양심”… ‘쓰레기 더미’ 국립亞문화전당·동명동

동구 ACC·동명동 거리 일대 넘치는 불법 투기 쓰레기
방문객↑ 청소인력↓ 주말 더 심각, 지자체 행정력 한계
“가로변 휴지통 부활 고민… 시민 참여 가능 대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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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광주 동구 동명동 한 골목길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가 거리 미관을 해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지난 9일 광주 동구 동명동 한 골목길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가 거리 미관을 해치고 있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내 집 앞마당에도 이렇게 쓰레기를 버릴까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광주 동구 동명동에 거주하는 박모(72)씨는 주말 아침 대문 앞을 나설때면, 이곳이 집 앞인지 쓰레기장인지 분간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담배꽁초는 기본이고 먹다 버린 음식물이 들어있는 용기, 생활 쓰레기까지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라고 했다.

동구 동명동이 광주의 ‘핫 플레이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있는 곳)로 자리 잡은 지도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쓰레기 불법 투기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주말 오후 9시만 넘어도 동명동 골목길은 젊음의 거리에서 쓰레기장으로 변신한다. 담벼락마다 쌓인 쓰레기 더미는 길 한복판까지 침범해 발길에 치이고, 수많은 음식점에서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서는 악취와 함께 날벌레들이 들끓는다.

실내 흡연 금지로 거리로 내몰린 흡연자들은 거리낌 없이 가로변에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침을 뱉기도 한다.

동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32)씨는 “우리 가게 앞이나 깨끗이 하고 살면 다행이다”며 “골목길 쓰레기가 너무 심각하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심 속 푸름을 즐기기 위해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점점 더 많은 시민이 몰리고 있지만, 쓰레기 문제는 여전하다.

하늘마당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긴 시민들은 술에 취해 쓰레기는 그대로 남겨놓고 몸만 떠나기 일쑤다. 잔디밭 위에 돗자리까지 버리고 가는 시민들도 심심찮다. 심지어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금지 팻말 앞에도 늘 쓰레기로 가득하다.

하늘마당을 찾은 이모(27)씨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쓰레기가 쌓여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고 자연스레 버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마당 내부에서 쓰레기를 가지고 나온 시민들이 거리에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하늘마당 내부와 외부로 청소 구역이 나뉘어있는 아시아문화전당과 동구청은 경계를 넘나드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계자는 “아시아문화전당 전체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하루 평균 300㎏ 정도인데, 하늘마당에서 나오는 쓰레기만 100ℓ 쓰레기봉투로 15~20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하늘마당 내에서 도로로 넘어오는 쓰레기가 매우 많아 거리에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단속은 어려운 부분이 많아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동구는 동명동에 불법 투기되는 쓰레기 역시 단속보다는 계도와 홍보 활동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동구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48명의 자원순환해설사를 배치해 쓰레기 불법 투기 근절과 분리배출 요령, 일회용품 감량 등을 안내하고 있다. 동명동 역시 10명의 자원순환해설사가 활동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그동안 ‘쓰레기 불법투기 24시간 종합관제시스템’ 운영 등 단속 활동을 펼쳤지만 실제로 효과는 미미했다”며 “더 이상의 CCTV 설치는 지양하고 민간적으로 계도하고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지자체의 적극적인 계도·홍보 활동과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아울러 시대의 변화에 따라 쓰레기에 대한 대응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도시 청결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고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1995년부터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며 가정 쓰레기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로변 휴지통을 일제히 없앴는데 지난 25년여 동안 길거리에서 음식물을 소비하는 문화는 계속해서 확대됐고,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이 버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여전히 가로변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지만, 가로변 쓰레기통을 확충하고 그 상태에서 시민들에게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홍보를 하는 것이 맞물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길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재활용이 가능한 일회용 플라스틱인 경우가 많다”며 “특히 동명동과 같이 테이크아웃 카페, 음식점이 많은 곳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이 종합돼야만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