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음 속에 문화를 심어보자

최병만 전남도 문화예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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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만 전남도 문화예술과장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최병만 전남도 문화예술과장 박성원 기자 [email protected]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글귀가 있다. 불교 최초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말이다. 사실 그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오묘한 깊은 뜻은 잘 모른다. ‘외롭고 힘들더라도 좌우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자’ 정도로 해석하고는 가끔 술자리에 건배사로 쓰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이런 식이다. 하다 보면 그런대로 술자리 분위기도 살아나고 좋으니 그것으로 된 거 아니겠는가?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 할지 모르겠다. 다름 아니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대부분은 그런 날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마지막 주 수요일에 영화를 보러갔더니 1,000원을 할인해 주니까 ‘이게 왠 재수?’ 이런 식이다. 강 건너 불이 난 것일 뿐이랄까.

그래서 전라남도는 도청 직원들부터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끔 하자는 취지로 지난 3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6시까지 도청 1층 윤선도 홀에서 전남예총(임점호 회장)과 손잡고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열고 있다. 오후 5시 30분으로 공연시간을 잡은 것은 수요일이 ‘가정의 날’이어서 정시 퇴근이니 이왕 30분 더 먼저 사무실을 나서서 공연을 보고 집으로 귀가했으면 하는 작은 배려(?) 차원이었다.

첫 번째 행사는 3월 27일 개최하였다. ‘감성력이 문화예술력, 그게 곧 도력(道力)’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목포시립교향악단의 감미로운 관현악 선율을 선보였다. ‘왜 관현악기는 저렇게 꽈배기처럼 꽈져 있으면서도 저런 예쁜 소리가 나오는 거지?’ 하는 궁금증이 우리 머릿속을 스치게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다. 두 번째는 4월 24일 ‘곡성 장미 향기가 흐르는 봄의 세레나데’라는 주제로 김철웅 목포대 교수, 이찬순 소리결 회장의 성악 공연과 고순영 목포MBC 단장의 색소폰 연주가 펼쳐졌다. 가곡과 색소폰에 묻어 날리는 장미 향기는 실로 향기로웠다.

하지만 두 번의 행사 모두 참여한 인원은 매회 100여 명 미만이다.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준비해 무대에 올렸지만 수익분기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솔직히 내심 ‘명량’이라는 영화처럼 관객 동원 신기록도 기대했으나 흥행에는 참패했다. 영화 감독이 영화를 보러 오지 않는 관객을 탓할 수는 없다. ‘왜 이렇게 직원들이 감성이 메말랐지? 근무시간 외에 오라는 것도 아니고 근무시간 내에 와서 보라고 하는데도 왜 이렇게 호응이 낮지?’ 라고 탓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관객의 기호에 맞추지 못한 것을 탓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바람에 흔들린다고 꽃이 아름답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이 거리의 악사처럼 관객이 몇 명이든, 참여하는 직원이 몇 명이든 정착할 때까지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 코뿔소의 성격을 가진 필자에게는 그게 어울린다. 더 나아가 시군까지 확산하려고 한다. 2018년 기준 문화 향수율 63.1%로 전국 평균 81.5%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전국 꼴찌라는 달갑지 않는 챔피언 벨트를 꼭 반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지역 곳곳에서 매월 일정한 시간 공연과 예술 행사가 개최되도록 할 계획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이 과거 인터뷰에서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려면 앞으로 뛰어야 한다”고 말 한 것처럼 말이다.

도청 직원부터 문화적 감성이 쌓여야 2020 국제수묵비엔날레 등 도에서 주관하는 모든 문화행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행복해야 남의 행복도 보인다’는 말처럼 도청 직원들부터 그동안 소비나 사치로 느끼던 문화예술을 이제 투자로 생각하고 30분간 자투리 시간을 내 보기를 추천한다. 고래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란 문화 예술 기반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