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보수정당에 투표해보고 싶다

진창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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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5·18을 향한 망언과 폄훼가 판치는 지금, 진보의 심장이라는 광주에서 보수정당에 표를 주고 싶다니 발칙한 상상일까. 지난 5월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기 전 광주지역의 한 자유한국당 당원에게 황교안 당대표의 광주 방문을 물었었다.

그는 황교안 당대표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황교안 당대표가 대전 중부, 호남권을 합쳐 당대표 합동 연설을 할 때 첫 인사말이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오신 당원 동지 여러분이라고 했다”며 “황교안 당대표가 공직자였던 만큼 그 시각으로 5·18을 알고 있을 것이라 했다”고 했다.

분명히 황교안 당대표가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의 합동연설회 시점은 지난 2월께, 그리고 비슷한 시점에 5·18에 망언을 쏟았던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등에게 면죄부나 다름없던 경징계를 줬던 황교안 당대표.

불과 2~3개월 사이 황교안 당대표가 5·18을 바라보는 시각이 뒤바뀐 것일까, 혹은 그때 그 말은 호남권 표를 의식한 입에 발린 소리였을까.

광주를 비롯한 호남권 자유한국당 당원들은 황교안 당대표가 광주에 오기 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망언 의원 재징계까진 아니더라도 5·18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은 하고 기념식에 오길 바랐었다. 하지만 오지 말라고까진 안 했다.

광주지역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들은 지난 2월12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자신의 망언에 들끓는 광주로 오겠다 했을 때 그의 간담회를 ‘보이콧’ 했었다. 김 의원은 “오늘은 광주·전남 당원과 지지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하는 자리다”라고 했으나 김진태의, 김진태에 의한, 김진태를 위한 간담회였을 뿐 정작 당원들은 없었다.

자유한국당 호남권 당원들은 정치적 계산만 따져 5·18 왜곡·폄훼에만 열을 올리는 김진태 무리보다는 황교안 당대표에게 기대감을 거는 듯하다. 또 광주·전남의 역대 선거마다 보수 후보가 절멸했던 것도 아니다.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광주시장 선거를 보면 당시 한나라당 정용화 후보가 출마해 14.22% 득표율을 기록했었다. 한나라당이 전국 단체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음에도 오히려 불모지인 호남에서 약진한 의외의 성과였다. 또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순천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정현 당시 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

보수와 진보는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다.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보수는 지키고 진보는 개혁한다는 방법론의 차이일 뿐. 자유한국당 후보가 호남에서 표를 받으려면, 혹은 후보자라도 내려면 해야 할 숙제가 많다. 아니라면 보수정당이길 포기하던가.

진창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