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라카 원전 현장을 다녀와서

이정희 한국전력 상임감사위원

672
이정희 한국전력 상임감사위원 편집에디터
이정희 한국전력 상임감사위원 편집에디터

UAE(아랍에미리트 연합국)는 아라비아 반도 동부에 위치한 7개 토호국으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수도는 아부다비로 이 나라 정치, 경제의 중심지이고, 중동의 뉴욕이라 불리는 두바이는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은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져 사우디아라비아 국경 가까이 있다.

10년 전 한전컨소시엄과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UAE원전 건설사업 수주라는 쾌거를 올렸다. 당시 한전은 본사 건물 지하에 War-room을 운영하면서 한전을 비롯,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수원,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의 팀장급 인원 80여 명이 야전침대를 가져다 놓고 밤낮없이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전의 노력에 우리 정부도 외교력을 총동원해 힘을 실었다.

실제로 UAE 원자력공사(ENEC) 사장이 실사차 워룸을 방문했는데, 비장한 각오로 열심히 준비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후일 “프랑스나 미국, 일본에서도 그렇게 전투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은 없었다”고 털어놓은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지난 1월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달려 바라카 원전 현장을 방문했다. 뜨거운 중동의 모래바람을 견디며 서 있는 아파트 27층 높이의 원전 4기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현장에는 한전, 한수원 등 전력그룹사 직원 1000여 명이 엄격한 보안통제 속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한낮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열사의 땅에서 5평 남짓한 숙소 생활을 견디며 일하는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들었다.

바라카 원전의 건설 사업비는 약 21조원으로, 이는 중형 승용차 100만대, 초대형 유조선 180척을 수출한 효과와 맞먹는다. 우리나라는 UAE원전 수출로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에 이어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되어 명실공히 ‘원전 기술 강국’ 반열에 올랐다.

이처럼 원전 건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막대하지만, 후쿠시마 등 원전사고와 2020년 신 기후체제 출범의 영향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원전, 석탄 등 전통적인 에너지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추세이다. 최근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을 30-35%까지 확대하고, 원전에 관해서는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및 신규원전 건설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탈원전을 두고 찬반 논란도 치열하다. 원전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원전사고의 극심한 피해사례, 환경문제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원전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원전 발전단가가 저렴하고,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적인 전력생산으로 기저 발전원이 될 수 없으며, 탈원전이 진행될수록 원전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어 원전 수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쟁이 양극화로 치닫고 장기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내 원전축소 내지는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정책은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후세에 깨끗한 지구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육성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5월 23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국민 안전과 환경문제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원전을 축소하고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56.4%로 집계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우리의 경제 성장동력을 위해 원전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미국과 프랑스는 국내에서 원전을 새로 짓지 않으면서도 해외 수출에 성공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

바라카 원전에 이어 우리는 약 12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의 수주를 위해 뛰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 입찰 참여국을 놓고 신중하게 저울질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정치논리,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UAE원전 사업을 따낼 때 보여준 용감성과 적극성, 창의성을 가지고 해외 원전 수주에 범국민적 역량을 집중하고, 제 2의 원전수출을 성공시켜 미래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