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노인무료급식단체 보조금 횡령 처음 아니다

남구의 미온적 대처로 2007년 횡령에도 계속 운영
12년간 노인무료급식단체 관리 시스템 없어
관련 관리·감독 조례도 없어 올 들어 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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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던 광주 남구의 한 무료급식소가 횡령의혹 수사로 지난달 29일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
노인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던 광주 남구의 한 무료급식소가 횡령의혹 수사로 지난달 29일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를 펼쳐 지역사회의 사랑을 받아온 광주의 한 비영리민간단체가 최근 지자체 보조금 횡령 의혹에 휩싸여 충격을 주는 가운데, 알고보니 지난 2007년에는 실제 횡령 혐의로 법적인 처벌까지 받았던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불법 행위로 몸살을 치른 문제의 단체는 그런데도 지난 10여년 간 오히려 보조금 수급 사업이 늘어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지나치게 느슨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이번 횡령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자체 또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12년 전에도 억대 횡령

2일 광주 남부경찰과 남구 등에 따르면 노인 무료급식 봉사로 잘 알려진 지역의 한 비영리민간단체가 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남구는 관내 복지단체 전수조사를 하던 중 해당 단체에 지원된 예산이 불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14억원이 지원됐지만, 약 6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해당 단체가 억대의 보조금 횡령 전력이 있었던 만큼 여전히 보조금을 받아가며 운영을 이어간 것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이 단체는 지난 2001년 초부터 2006년 말까지 무려 1억7000여만원의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을 들통나 지난 2007년 혐의가 인정돼 법적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일로 단체의 대표가 구속돼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지만, 사업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어졌고 오히려 보조금 수급 사업은 더 늘었다.

이와 관련 남구 관계자는 “무료급식 단체 선정은 기존 단체가 계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수익사업도 아닐뿐더러 보조금도 적어 자원하는 단체들이 많지 않아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해당 단체가 지역사회에 영향력이 있다 보니 정치적 셈법이 적용됐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노인복지사업 담당자였던 한 인사는 “광주시와 남구가 해당 단체에 무료급식 보조금을 먼저 제안했던 데다, 금액이 적어 자비가 사용되는 부분이 컸기 때문에 횡령 책임을 냉정히 묻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또한 그때 대표가 지역 종교단체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라는 점에 대한 정치적 고려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보조금 관리 조례도 없어

혈세 관리에 구멍이 뚫린 사안이지만 관할 지자체인 남구는 10여년간 제도 정비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 12년 전에도 남구는 보조금 관리에 보다 철저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헛구호에 그치고 만 것이다.

실제 횡령 사건이 불거진 지난 2007년 이후 무료급식 단체에 대한 남구의 보조금 관리·감독 규정은 크게 개선된 것이 없었다. 심지어 그동안 무료급식 보조금 관리에 대한 조례나 시스템도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남구는 매년 1회 정도 현장 감독에 나가고 연말정산 보고서를 서면으로 검토하는 것이 보조금 관리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보조금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을 철저한 관리 조례나 체계가 부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금 수급 단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현실이다.

이에 지난 1월23일 남구의회 오영순 의원은 “단가 인상으로 인한 혜택이 노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데 남구는 조례조차 없다”며 “무료급식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남구는 무료급식 보조금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고 올해 초부터 논의를 시작한 상태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남구는 지난달 30일 횡령 의혹이 제기된 단체의 노인무료 급식소뿐 아니라 노인 일자리 사업, 목욕 사업에 대해서도 중단 명령을 내렸다. 광주시도 이 단체의 무료급식 사업 추진상황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