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승의 클래식 이야기>남도국제음악제 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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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남도국제음악제 세계연합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2019남도국제음악제 세계연합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마지막 앙코르 곡인 드보르작 ‘슬라브 무곡’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당초 예상했던 기대치보다 훨씬 높은 오케스트라의 수준에 놀라고 감동한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끊임없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사)아시아공연예술위원회, (사)누림이 주최하고 전남일보, 광주광역시, 전라남도가 후원하는 ‘2019 남도국제음악제’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며 지역 클래식 공연사(公演史)에 불멸의 업적을 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28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의 “세계 연합오케스트라” 음악회를 관람한 후 가감(加減)없이 솔직한 공연 후기를 적는다.

먼저 “세계 연합오케스트라”라는 컨셉은 매우 특별할 뿐만 아니라 공연 기획 단계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지자체가 손을 잡고 한두 번 실험적인 공연 진행이 있었지만 이후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었다. 소요되는 예산상의 부담은 물론이고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들의 협조를 구하고 연합오케스트라를 구성하기까지는 숱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지금까지 유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아시안 필하모닉'(Asian Philharmonic)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유명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연합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매년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2019 남도국제음악제의 “세계 연합오케스트라”에 참가한 세계 각지의 오케스트라 이름과 연주자 개인들의 프로필은 지방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세계 연합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과 경쟁하는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을 시작으로 슬로바키아 국립교향악단, 신일본 교향악단,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마르티누 필하모닉, 상하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광주시립교향악단 등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들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소속 단원 4명이 참여해 관심을 끌었는데 4명 중 두 명은 콘서트마스터(악장)급으로 제2바이올린 악장 ‘이지혜’와 제1바이올린 부악장 ‘율리타 스몰렌’이다. 이들 외에도 각 오케스트라에서 악장, 수석 급 단원들만도 20여명 이상이 출연함으로서 필자는 공연의 시작 전부터 이 세계 연합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운드에 상당한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 연합오케스트라”가 첫 곡으로 연주한 토마의 오페라 ‘레이몬드’ 서곡(A. Thomas / Overture from Opera ‘Raymond’)은 이러한 기대를 크게 만족 시키면서 일말의 우려와 의심까지도 깔끔히 거두게 만드는 환상적이고 압도적인 사운드를 선사했다. ‘여왕의 비밀’이란 부제가 붙은 오페라 ‘레이몬드’는 오페라하우스의 레퍼토리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지만 이 서곡만은 살아남았으며 지금까지도 별도의 레퍼터리로 자주 연주되고 있는 곡이다. 화려한 관현악 사운드의 개시부와 이국적이고 애수 어린 중간부, 그리고 오페라 서곡답게 활력 넘치고 화려한 피날레가 인상적인 매력적인 곡이다. 서곡을 듣는 내내 한마디로 대단히 고급스럽고 안정감 있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조화로운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딱히 흠을 잡기 힘든 수준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공연의 콘서트마스터를 맡은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이지혜의 리더쉽은 탁월한 콘서트마스터 한명이 어떻게 전체 오케스트라의 사운드 컬러를 바꿀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느낄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아쉬움으로 단원간의 개인적 기량 차이로 인한 부분적인 부조화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예산의 문제가 컸을 것이고 그래서 거의 불가항력적인 요소일 것이다.

두 번째 곡으로 연주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Tchaikovsky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는 협연자인 안드레이 바라노프(Andrey Baranov)의 대가적인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무대였다. 그는 2012 퀸 엘리자베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우승을 포함하여 벤자민 브리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센다이 국제콩쿠르, 인디아나 폴리스 국제콩쿠르,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등 다수의 세계적 권위의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중의 하나인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은 감미로운 선율로 조용하게 시작해 두 개의 매혹적인 주제가 제시되며 이어 바이올린 카덴차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오케스트라는 집단의 가공할 힘으로 독주 바이올린과 경합하며 곡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처음의 주제가 반복되며 절정으로 치달은 후 강렬하게 마무리된다. 협연자 바라노프는 오케스트라의 힘에 밀리지 않으려 격렬하게 맞서는 자세로 시종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재능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율이 진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2악장에서는 필자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좀 있었는데 예를 들자면 솔리스트의 좀 더 우아하고 섬세한 표현이 드러났다면 어땠을까하는 부분인데 이것은 단지 필자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솔리스트의 초절기교와 오케스트라의 거친 경합 끝에 짜릿한 쾌감과 벅찬 환희로 마무리되는 3악장에서 ‘바라노프’는 상상을 초월하는 완벽한 테크닉과 표현력으로 자신의 천재성을 완전하게 입증했다. 마지막 연주곡인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8번 G장조 (Dvořák / Symphony No.8 in G major, Op.88)는 “세계 연합오케스트라”의 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감동적인 무대였다. 우리가 지방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콘트라베이스 파트나 관악기 파트의 약점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안정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실현되고 있었다. 현악 파트의 전체적인 안정감과 더불어 특히 플루트, 오보에 등 목관 파트의 앙상블은 월드 클래스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다만 호른 등 금관 일부 파트가 전체적인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쫓아가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들이 말하자면 옥의 티로서 아쉬움을 남겼다. 열광적인 관객들의 환호에 화답한 앙코르 곡으로는 드보르작의 ‘슬라브무곡 8번’이 연주되었다. 서곡에서부터 앙코르까지의 선곡(選曲)에는 체코 출신 지휘자가 연주하는 드보르작 교향곡에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협주곡까지 일관된 통일성과 주제가 선명하여 친(親) 관객적인 의미 있는 프로그래밍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됬다. “세계 연합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지휘자 레오스 스바로브스키 (Leoš Svárovský)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휘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였는데 체코 지휘계를 대표하는 그는 프로 지휘자로 데뷔한 이래 프라하 실내 관현악단 수석지휘자, 부르노 국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슬로바키아 신포니에타 수석지휘자, 야나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 등을 지냈으며 현재 슬로바키아 국립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 프라하 국립가극장의 오페라 예술감독, 일본 나고야 아이치 센츄럴 심포니의 예술 감독을 겸하고 있는 세계 정상급 지휘자 중 한사람이다. 그는 지금까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방송교향악단, 프라하 국립극장오케스트라, 슬로바키아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관현악단,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관현악단, 베른 교향악단, 도쿄 심포니오케스트라, 네델란드 방송교향악단, 모스크바 방송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슈타츠 카펠레 드레스덴, 슈트트가르트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세계 일류 오케스트라들에 대한 빈번한 객원 지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을 객원지휘 한 바 있는 거장(巨匠)이다. ‘스바로브스키’는 완벽한 오케스트라 장악 능력과 유려하고 폭 넓은 곡 해석을 기반으로 이 “세계 연합오케스트라”가 낼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분명하다. 필자의 솔직하고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고자 한다. ‘남도국제음악제’는 툭 까놓고 말만 문화수도 일뿐 전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불모지인 광주에서 절대 만나보기 힘든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여주었다. 한정된 예산도 뻔한 것이고 티켓 구매력이 약한 지역 경제 상황도 장애물이었을 것이다. 준비과정에서 당연히 감당해야 했을 이루 말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난관과 시련과 고통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제대로 된 클래식 전용 홀조차 없는 지역의 생래적 한계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남도국제음악제’에 진심어린 찬사와 격려를 보낸다. 앞으로 더 세월이 흐른 후 언젠가는 우리 지역의 오케스트라와 클래식 문화 발전에 진정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정말로 당신들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2019남도국제음악제 세계연합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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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남도국제음악제 세계연합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2019남도국제음악제 세계연합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2019남도국제음악제 바이올린 협연 안드레이 바라노프 편집에디터
2019남도국제음악제 바이올린 협연 안드레이 바라노프 편집에디터
2019남도국제음악제 지휘자 스바로브스키 편집에디터
2019남도국제음악제 지휘자 스바로브스키 편집에디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1바이올린 부악장 율리타 스몰렌 편집에디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1바이올린 부악장 율리타 스몰렌 편집에디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 이지혜 편집에디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 이지혜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