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상규명, 韓·美 협력으로 문서 공개 이끌어내야

온·오프라인서 선언에 동참하는 시민 1114인 서명 받아
'광주·전남 시도민 선언문' 미 대사관·백악관·청와대 전달
일각선 "강압적 촉구보다 정부 차원의 외교 성과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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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22일 오전 광주 동구 민주광장에서 미국의 5·18 비밀자료 공개를 촉구하는 '광주전남 시도민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22일 오전 광주 동구 민주광장에서 미국의 5·18 비밀자료 공개를 촉구하는 '광주전남 시도민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선우 기자 [email protected]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아 다양한 증거와 증언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진상규명을 위해 미국이 비밀문서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22일 오전 광주 동구 민주광장에서 단체 회원과 시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전남 시도민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5·18 진상규명을 위한 미국 측의 5·18 비밀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혈맹으로 인식됐으나, 5·18민중항쟁을 기점으로 그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며 “미국은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묵인했고, 광주 학살에 군대가 동원되는 상황도 방조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 씨의 발언으로 미국이 당시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왔던 미국의 선별적이고 단편적으로 자료 공개로 5·18 진상규명의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미국의 미온적인 입장에 강하게 항의하고, 진실을 밝혀줄 것을 촉구해야 한다”며 “앞서 미국은 이미 ‘더러운 전쟁’ 비밀문서를 아르헨티나 정부에 제공한 바 있듯이, 5·18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대한민국 정부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박시영 행사위 집행위원장은 “당시 미국은 광주 상황에 대비해 회의를 진행해 시뮬레이션까지 했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5·18 진상규명을 위한 정보 공개 촉구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선언하는 바다”라며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거짓말만 늘어놓는 전두환 역시 즉각 모든 것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광주·전남 시도민 선언문’은 광주·전남지역에서 미국 측 정보 공개 촉구에 동의하는 시도민 1114명의 서명을 받아 제작됐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백악관, 국방정보국(DIA) 기밀문서 등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거나 삭제된 자료 10가지가 제시됐다. 기자회견을 마친 행사위는 ‘광주전남 시도민 선언문’ 미 대사관과 청와대, 백악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밀문서 공개가 한·미 양측 모두 예민한 사안인 만큼 강압적인 태도보다는 진정성 있는 협조를 이끌어내는 외교가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비밀문서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닌 이상, 허물을 지적하며 규탄하고 재촉만 해서는 얻을 수 있는 협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용주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미국 기밀문서 공개는 정부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시민단체의 기자회견도 좋지만, 지나치게 미국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기술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오선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