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했던 예상문제 적중 ‘인생 전환점’

나의 삶, 나의 도전-김재규 교육그룹회장 <2>
출판사 대박…'내가 해보자' 준비  승진 응시자들 돋보기로 공부 착안  활자 최대한 크게 발간한 책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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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반 한 출판사의 간청으로 청년 김재규는 현직 경찰승진시험 다섯 과목에 대한 예상문제를 출제하게 됐다. 당시 한 문제당 5000원씩을 받고 출제했다.  그런데 실제 승진시험에서 그가 출제한 예상문제들이 적중을 한 것이다. 그 출판사가 대박이 났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사법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해에 또 그 출판사에서 출제를 부탁했다. 공부를 해야 했던 그는 화를 버럭내며 쫓아버렸다. 그런데도 출판사가 집요하게 요청을 하면서 문제당 단가를 수 배로 높여 제시했다. 마지못해 그는 또 다시 예상문제 출제를 하게 됐고 그 결과 그 출판사는 건물을 살 정도로 돈을 벌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면 내가 해볼까?’했다. 2년 전 1994년 결혼, 가장으로서의 책무도 있었던 그는 고민을 거듭한 후 “출판사를 차려야 겠다”고 결심했다. 돈이 없던 그는 식사를 해결하던 식당 여주인 남편이 관리하던 건물 1층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허락을 받아냈다. 어차피 비어있으니 임대가 나갈 때까지만 사용하도록 양해를 해준 것이다. 건물 옆 고물상에서 책상용품을 사와 작업할 책상을 만들어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갔다. 낮에는 경찰승진시험 책 원고를 쓰고 밤에는 고시공부를 하는 주경야독을 시작한 것. 좀 더 욕심을 낸 그는 1997년 아예 그 건물 지하에 6평 정도의 ‘경찰승진연구회’라는 출판사를 차렸다.

 그는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잘 몰랐다. 그렇다고 무작정 책을 쓸 수만은 없었다.

 시장을 알아야 했다. 승진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보고 싶었다.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파악해보니 나이든 승진시험 대상자들이 노안으로 돋보기를 통해 깨알같은 글씨를 읽어가며 공부를 했다.

 그때 그는 무릎을 쳤다. “그렇다. 돋보기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활자를 최대한 키워 책을 만들어야 겠다.” 그렇다보니 한 쪽이면 들어갈 내용의 분량이 두 쪽이나 두 쪽 반에 들어갔다. 책 전체 쪽수도 배로 커졌다. 종이 값도 무시할 수 없었다. 주위에서 “누가 이런 책을 보겠냐. 창피하다” 등 말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돋보기를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팔아야 겠다”며 밀어붙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책이 불티나게 팔린 것. 2.5톤 트럭 두 세대에 책을 싣고오면 1주일이면 모두 팔릴 정도였다. 그런 반응에 그 자신도 놀라버렸다. 그의 책은 두 가지면에서 경쟁력을 가졌다. 돋보기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만화보듯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더해 주었던 것.

 그러자 다른 출판사들 책들도 글씨가 커지기 시작했다. 틈새시장을 파고 든 그의 아이디어가 적중한 것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쉽고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도록 표를 그려 내용 정리를 해 주었다. 글자가 큰 데다 표까지 그려주니 바쁜 경찰관들의 머리 속에 내용이 쏙쏙 들어왔다. 또 다른 대박이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까지 승진공부를 한 경찰관들 중에 경찰승진연구회가 발간한 책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려졌다. 그는 낮에는 영업과 동시에 책 배달을 했고, 밤에는 책을 써야 했다. 눈 코 뜰새 없는 생활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는 1998년 동국대 대학원 경찰학과에 진학, 또 다른 미래를 대비하게 된다.

출판업에 뛰어든 뒤 김재규경찰학원을 설립, 하루 수백km씩 서울·광주·안동캠퍼스를 오가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김재규 회장. 서울=강덕균 선임기자 dkkang@jnilbo.com
출판업에 뛰어든 뒤 김재규경찰학원을 설립, 하루 수백km씩 서울·광주·안동캠퍼스를 오가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김재규 회장. 서울=강덕균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서울=강덕균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