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5·18은 당연히 민주화 운동… 정치적 이용 말아야”

●서른아홉 번째 오월, 이제 미래로(4) 보수에게 오월을 묻다
턴라이트·자유대한호국단 등 광주집회 예고 보수단체
“우리가 바라는건 5·18국가유공자 명단·공적 조서 공개
가짜뉴스 근본적 해결방법 찾아야… ‘열쇠는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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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보수 단체 회원 100여명이 5.18 유공자 명단공개요구 집회 및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지난 3월1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보수 단체 회원 100여명이 5.18 유공자 명단공개요구 집회 및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5·18민주화운동이 올해로 39주기를 맞았지만 진상규명의 길은 아득히 멀고 역사 왜곡의 상처는 깊기만 하다.

 ’북한군 개입설’과 ‘시민군 광주교도소 습격설’ 등 5·18에 대한 역사 왜곡과 폄훼는 수십년간 오히려 더 확장되고 있을 정도다. 급기야는 지난 9개월간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 금남로와 전남대 등 전국에서 집회를 이어온 보수 단체가 오는 17일과 18일에도 광주에서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수단체는 과연 5·18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볼까? 그들은 5·18을 정말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또 그들의 논리와 광주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인가?

 본보는 보수단체들이 주장하는 바는 무엇이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광주에서 집회를 예고한 보수단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우리에게도 5.18은 민주화 운동”

 지난해부터 광주 등 전국에서 집회를 이어온 보수 단체 턴라이트의 강민구 대표는 5·18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18은 민주화운동이다. 이를 두고 북한에서 내려와서 총으로 다 쏴 죽였다고 하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진짜 5·18 유공자는 사회적 존경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 집회 주최 단체 중 하나인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단장은 “우리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기 위해 광주에서 집회를 한다, 또는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키기 위해서 집회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만원씨의 주장을 이어받아 활동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폭동이니 북한군 광수니 하는 것들은 우리 기준에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이 집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9개월간 이들이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5·18 국가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 공개다.

 강 대표는 “1980년 5월18일 당시에 광주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 5·18 유공자라거나 40년이 지나온 마당에 유공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유공자가 아닌 사람에게 세금이 쓰이고 그들이 유공자 혜택을 받는다면 이것은 명백한 범죄다. 그래서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고 왜 그들이 유공자가 됐는지 밝히자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극우 단체라는 표현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집회에 참여자들의 개인적인 생각까지 모두 통제할 수가 없고, 심한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은 하지만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가짜 뉴스’라는 사실 변함 없어

 하지만 이들 보수 단체를 바라보는 눈길은 싸늘하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대부분이 이미 허위로 밝혀졌거나 사법기관 판결을 통해 결론 내려진 부분이기 때문이다.

 먼저 광주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광주민주화유공자 관련 현황을 공개하고 있으며 이들이 요구하는 5·18 유공자 전체의 실명과 인적사항은 당초 공개 대상이 아니다.

 또 지난해 12월21일 ‘5·18 유공자 명단 및 공적 내용 공개 행정소송’의 서울행정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다른 유공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유공자 명단 공개 청구를 기각했다.

 아울러 집회에 참여하는 개인이 5·18을 폄훼하거나 모독하는 발언을 하더라도 이는 보수 단체의 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부분 또한 어폐가 있다.

 실제로 지난 3월16일 이들과 함께 광주 금남로에서 집회를 진행한 안모씨는 당시 “우리는 전남대생들의 머리를 다시 한번 깨뜨릴 것이다. 좀 때려봤더니 광주에서 가장 아픈 곳이 바로 전남대더라. 그러니 아픈 곳만 계속 때려서 죽여 버리겠다”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산 바가 있다.

 

 ●근본적 해결 열쇠… ‘진상규명’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단장은 인터뷰 끝에 “5·18진상위원회 출범이 지지부진하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하면 거기에서라도 꼭 유공자 명단의 공정성을 밝혀주면 좋겠다”며 “확실히 밝혀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어지길 우리도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이 5·18민주화운동 추모 기간 광주에서 유공자 명단 공개 집회를 열고, 일부 참가자들은 역사 왜곡과 5·18민주화운동 열사들에 대한 모독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점은 광주로서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을 놓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보수와 광주의 접점은 존재했다. 바로 ‘진상 규명’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어설픈 용서가 지금의 망언과 왜곡 세력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발포 명령자와 양민 학살 등 아직 규명하지 못한 사실들이 잘못된 정보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것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사례는 비단 보수뿐만이 아니라 광주지역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존재했다.

 결국 정부 조사 등으로 밝혀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고, 진상규명을 마무리하는 것이 5·18 왜곡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인 셈이다.

 박용수 5·18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보수 단체의 집회와 온라인,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가짜뉴스 전파는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표면상 이들이 하루 이틀 광주를 찾아와 집회를 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유튜브를 통해 수백만 명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훼, 날조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실 전파가 중요하다”면서 “과거 진실을 밝히지 못한 부분이 역사 왜곡과 폄훼로 돌아오고 있는 만큼 이러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진상규명과 역사왜곡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