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시위… “오월 광주의 성숙함을 보여주자”

그들은 누군가 돌을 던지길 기대하고 있지 않는가
피눈물로 지켜낸 ‘민주주의 성지’를 느끼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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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1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원에서 회원 25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5·18 유공자 명단공개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1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원에서 회원 25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5·18 유공자 명단공개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먹먹한 광주의 봄이 서른아홉번째로 열린다. 허나 올해 오월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로 인해 시작부터 술렁이고 있다.

 보수단체 턴라이트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5·18 39주년 전야제가 열리는 17일 오후 1시 전남대학교 후문과 18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 오후 1시 금남공원에서 모여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이들은 집회와 관련해 “5·18을 부정한 적이 없으며 민주화운동이라고 확신 한다”고 말한다. 다만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 처벌하고 진짜 유공자는 지금보다 더 많은 보상을 해줘야”하기에 집회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 내려온다니 이참에 몇 가지 권하고 싶다.

 먼저 5·18 민주화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날이다. 그런 날 당신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대상으로 집회를 하는 것은 국가를 대상으로 한 도발이다. 즉,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그게 정말이라면, 이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두 번째로 국가유공자 명단을 일괄 공개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이다. 지난해 12월21일 ‘5·18 유공자 명단 및 공적 내용 공개 행정소송’의 서울행정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다른 유공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유공자 명단 공개 청구를 기각했다.

 그럼에도 공개를 원한다면 광주에 와서 집회 하지 말고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하던지, 헌법소원을 걸어라. 그게 훨씬 더 깔끔하고 보기 좋지 않겠는가.

 기왕 말이 나온 김에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다’고 하니, 5·18국립묘지에 가서 참배부터 하고 집회에 나서라. 그게 당연한 수순 아닌가. 아울러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을 만나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도 어루만졌으면 한다. 그것은 인류 공통의 감정인 인간애의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5·18 기록관과 기념재단을 찾아 그날 희생된 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지켜봐달라. 그렇게 하고 난 뒤 집회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광주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술렁일게 뭐 있겠는가. 현재 5·18 39주기 행사위와 왜곡처벌광주운동본부 등은 이들 보수단체의 행동이 5월 정신을 모독하는 행동이라며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지 말자. 우리가 분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너무 눈에 뻔히 보이지 않는가.

 그냥 그들이 내려와 오월의 광주를 실컷 경험하고 가라고 내버려 두자.

 온 김에 전야제도 참석해 옛 전남도청에 펼쳐지는 살풀이도 보라 하자. 금남로 구석구석 배여 있는 39년간의 먹먹함도 그들의 주머니 속에 기념품으로 챙겨줘도 좋을 듯 하다.

 그래서 그들이 혹여나 때려주길, 누군가가 돌을 던지기를 바란다면 잘못 생각한 것임을 알려주자.

 우리의 광주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성지다. 피로서 이뤄진 땅이며, 지독한 인내심을 가지고 수십년간 진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광주가 가진 신념은 기껏 1500명 정도의 숫자로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오라하자. 그들이 성숙한 광주시민들에 둘러싸여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이곳의 오월을 맛보게 하자.

 누가 어떤 이유로든 싸움을 하고 싶다 하더라도, 매번 그들의 목소리가 하릴없이 금남로를 휩쓰는 오월의 바람에 흩날리도록 신경쓰지 말자.

 여기는 광주, 피눈물로 지켜낸 민주주의의 성지이니 누가 온들 흥분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사살 명령자만 아니라면 말이다.

노병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