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외면받은 장성 교무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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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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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장성 교무행정사 사망사건에 대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를 마련한 전국여성노동조합 측은 숨진 정모(당시 29·여)씨의 억울한 죽음에 그 누구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감독기관인 전남도교육청이 진상조사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명색이 기자회견이었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눈은 초라할 정도로 적었다. 카메라기자들은 저녁뉴스 단신으로 쓸 30초짜리 영상을 따고 자리를 떴다. 상황을 보러 나왔던 도교육청 직원 몇은 거대한 이엔지카메라들이 사라지자 정오의 햇볕에 쫓겨 청사 1층 로비 그늘로 피신했다.

전국여성노조 관계자들은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도 꿋꿋이 정면을 바라보며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예정된 순서에 따라 발언이 진행되다 유족 차례가 왔다. 숨진 정씨의 남편에게 마이크가 건네졌고 그는 미리 준비해 온 쪽지를 주섬주섬 꺼내다 터져나온 설움을 주체하지 못한 듯 흐느끼며 발언을 이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해 1월 자신이 교무행정사로 일하던 장성 모 사립고등학교의 부당한 행정을 국민신문고에 고발한 게 발단이 됐다. 부적절한 행실로 한 차례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인사를 교감 승진예정자로 발탁한 이사회의 결정을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비정규직으로 학교 내 서열 최하위나 다름없던 그가 용기를 내 고발할 수 있었던 건 신문고가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를 최우선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결과적으로 과거 징계 사실 때문에 교감 승진예정자에서 탈락한 피신고자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신문고 고발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신원이 특정된 정씨는 수개월 지속적인 협박과 강요에 시달리다 3차례 자살시도 끝에 고인이 됐다. 그나마 양심적인 몇몇 학교 내부자들에 의하면, 정씨의 고발 사실이 들통난 지난 3월 이후부터 그가 죽음에 옥죄여가는 동안 대부분 학교 구성원들은 외면으로 일관했다. 정씨와 피신고자, 두 사람 간 사정일 뿐이란 식이다.

신문고 고발 내용 유출로 정씨가 특정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전남도교육청 측은 담당 직원의 ‘행정 실수’로 일축했다. 이를 건네받아 내용을 들여다보고도 개인정보를 가리지 않은 채 피신고자에게 건넨 교원소청심사위 측은 ‘공문서 위조’가 될 수 있어 내버려뒀다고 둘러댔다.

반년이 지난 지금도 정씨의 억울한 죽음은 외면받고 있다. 수년간 함께 했던 학교 구성원들조차 불똥이 튈까 쉬쉬하고 있다. 신원 유출 후 공포에 떨던 정씨가 숨지기 직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입한 전국여성노조만이 고인의 한을 풀어주려 애쓰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청사 앞 5월의 햇살이 따사롭던 그 광장에서, 숨진 정씨의 남편이 느꼈을 절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