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9주년 출정식 된 이철규 열사 30주기

모친 황정자씨, 표정두·이한열 열사 유족 등
민족민주열사묘지에 추모객 200여명 운집
5·18기록관 들러 ‘전국의 5·18들’ 관람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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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반외세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고(故) 이철규 열사의 30주기 추모제는 가히 39주년 5·18민주화운동 출정식과 같았다.

이 열사의 모친 황정자씨를 비롯해 이한열, 박선영, 표정두, 노수석, 박승희, 전태일 등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내던진 열사들의 유족과 수백명 추모객이 한데 모여 5·18 진상규명을 외쳤다.

●30년 긴 세월 동안 아들 제사 지내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제사라고 지내고 있어요. 앞으로 나 사는 동안 내 아들 진상 좀 밝히고 죽어야 하는데…….”

6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지에서 고 이철규 열사의 모친 황정자(85)씨의 애처로운 넋두리가 울려 퍼졌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간신히 마이크를 집어 든 황씨는 말 한마디도 버거운 듯 숨이 가빴다.

이 열사의 30주기 추모제가 열린 이 날, 민족민주열사묘지에는 200여명 추모객이 몰렸다. 이한열, 박선영, 표정두, 노수석, 박승희, 전태일 등 열사들의 유족과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관계자, 5·18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열사는 80년대 민주화 투쟁에 나섰다가 끝내 의문의 죽임을 당한 인물이다. 1985년 반외세 반독재 투쟁위 결성 혐의로 구속됐고, 1987년에는 조선대 학원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민주조선 편집위원장이 돼 1989년 전남지역 공안합수부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됐다. 그해 5월3일 경찰의 검문을 받은 후 실종됐고, 일주일 뒤인 5월10일 광주 제4수원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타살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 검찰은 ‘경찰을 피해 수원지 철조망을 넘어 도망치려다 미끄러져 익사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2002년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조사 불능’ 결정을 내렸고, 2004년에 이르러 이 열사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추모사를 통해 “30년 전 이철규 열사의 안타깝고 참혹한 죽음을 잊지 못해 오늘 이 자리에 많은 분이 모였다. 마치 5월 출정식 같다”면서 “그는 이 땅의 민주화와 민족의 화합을 위해 싸웠다. 우리 함께 이철규가 돼서 투쟁하자”고 말했다.

● 전국의 5·18 된 열사들

이 열사 추모제를 맞아 광주를 찾은 민족민주열사들의 유족 30여명은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 이동해 ‘전국의 5·18들’ 기획전시전을 관람했다.

이번 전시는 5·18 직후 맨 처음 광주의 진실을 외치며 목숨을 끊은 서강대생 김의기 이후 광주의 참극을 목도하거나 알게 된 뒤 전두환 독재정권에 목숨을 걸고 맞섰던 전국의 민족민주열사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것.

문재인 대통령이 제37주년 5·18기념식 때 광주정신으로 삶을 살며 죽음을 택한 열사들을 호명하며 ‘전국의 5·18들’이라고 작명한 데서 착안했다.

열사의 유족들은 전시실을 둘러보며 ‘전국의 5·18들’이 된 아들과 딸의 얼굴을 찾았다. 이한열 열사의 사진 앞에서 모친 배은심(79)씨는 “우리 아들 보니까 가슴이 미어지려 한다”며 눈을 떼지 못했다.

서울교대생 박선영 열사의 모친 오영자(77)씨는 “우리 딸이야”라는 말과 함께 박 열사의 얼굴 사진을 손으로 어루만질 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의갑 5·18기록관장은 “1980~90년대를 통과하기까지 대한민국에 민족민주열사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했다고 본다”며 “이분들 덕분에 민주화는 20년 앞당겨졌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더 많은 열사의 이야기가 이곳에 기록돼 후대에 전해지길 바란다”면서 “5·18관계자들과 광주가 전국의 민족민주열사를 기리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전은 오는 6월6일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5·18기록관 측은 향후 국회에서 동일한 전시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6일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씨 등 민족민주열사 유족들이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찾아 '전국의 5·18들'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6일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씨 등 민족민주열사 유족들이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찾아 '전국의 5·18들'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