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첫 재심, 71년 만에 진실규명·희생자 명예회복 ‘한뜻’

재판부 "희생자·유족에 국가적 책무 다할 수 있도록 할 것"
검찰 "재심 결정 역사적 의미 무겁게 받아들여 재판 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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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전경. 편집에디터
광주지방법원 전경. 편집에디터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처형된 민간인 희생자들 71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재판이 29일 광주지검 순천지원 형사중법정서 열렸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 심리로 열린 이 날 공판은 재심을 청구한 피해자 유족 장경자(74) 씨와 변호인, 공판 검사가 출석한 가운데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됐다.

김정아 판사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이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아픈 과거사의 일이며 건물과 운동장 등 아로새겨진 생생한 현장이 남아있고 유족들이 재심 청구한 지 8년의 지나는 등 너무나도 길었던 통한의 세월이었다”며 “재심 재판 전 대법원의 결정문을 정독하고 자세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재심청구인을 대표한 김진영 변호인은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죄명인 내란죄의 실체에 대한 판단이 있으면 명예회복에 대한 판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검사는 명예회복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구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공판 검사는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재심이 진행되는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재심을 통해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고 민간인 희생자의 억울함이 없도록 책임감 있게 재판에 임하겠다”면서 “검찰은 형사재판의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심을 청구인 장경자씨는 “아버지가 빨갱이로 몰려 숨진 뒤 72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이 법정서 아버지의 명예를 비롯해 수많은 여순사건의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역사가 바로 서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유족들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재판이 끝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부탁했다.

이날 재판은 당초 공판기일로 예고됐으나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됐으며, 다음 예정된 두 번째 재판도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재판에 앞서 지난달 21일 고 이 모씨 등 3명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 등의 유족들은 군과 경찰이 고인을 불법 체포·감금한 뒤 사형을 선고했다며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1심은 유족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 항고로 진행된 2심도 “과거사위 결정은 포괄적인 불법 체포·감금이 있었다는 취지에 불과해, 구체적으로 이들에 대해 불법 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광주지법 순천지원서 이날 첫 공판이 진행됐으며 여순사건에 대한 과거 진실 규명과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두 번째 공판은 오는 6월24일 오후 2시 순천지원 형사중법정서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다.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