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뗄 수 없는 경단녀 꼬리표” 취업 문턱에 넘어지는 엄마들

지난해 경력 단절 여성 184만명… 재취업 19% 감소
정부·정치권, 여성지원센터 확대·실효성 제고 등 고심
일각선 “재취업 희망자 직업훈련 등 노력 뒷받침 돼야”

211
구직 희망 여성들이 청소년 지도사 과정 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예술종합교육원 제공 편집에디터
구직 희망 여성들이 청소년 지도사 과정 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예술종합교육원 제공 편집에디터

“정부가 아무리 각종 혜택 줘가며 출산 장려하면 뭐해요, 애 딸린 아줌마 되면 돌아갈 직장이 없는데……”

광주에 사는 A(34·여)씨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자신과 상관없는 말이라 여겼다. 그래서 출산 후 복직을 계획했지만 육아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아이를 맡기려 해도 끊이지 않는 학대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쉽지 않았다. 결국 회사를 관뒀다.

이른바 경단녀가 된 A씨는 아이가 성장해가며 늘어가는 양육 비용에 다시금 재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취업 문턱은 A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대기업 수준 스펙을 갖췄지만, 2년간 경력 단절이 된 자신을 받아주는 회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서류 탈락은 물론, 면접 제의가 와도 번번이 떨어졌다. 지난날의 스펙과 경력을 믿었던 A씨는 경단녀의 현실에 한숨만 내 쉴 따름이다.

24일 통계청의 ‘2018년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 단절 여성은 184만7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만5000여명(0.8%) 늘었다. 반면 재취업은 전년 대비 50만7000여명(19.6%) 줄어들었다. 이는 경력 단절 여성은 줄지 않지만, 재취업 기회는 대폭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진하다.

우선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시·도 광역센터 15개소를 30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올해 적용된 ‘새일여성인턴십’ 사업은 경력단절여성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1인당 300만원을 지원하고, 범위도 1인 기업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인 만큼 효과는 크지 않다.

직장인 B(39·여)씨는 “계약이 끝나면 다시 높은 취업 문턱에 좌절하게 된다”며 “금액 지원 사업으로 일시적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에 다녔던 기업에 재취업 해야만 세액공제 등이 인정되는 부분도 비현실적이다. 실제 국세청의 ‘경력단절여성 재고용기업 현황’에 따르면 세액공제 신고 법인이 2016년에는 2개사, 2017년에는 5개사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완화책을 논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국회의원은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 지원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경력단절여성 지원 조건을 동일 업종 재취업으로 완화 △경력단절 인정 기간을 ‘3년 이상 10년 미만’에서 ‘2년 이상 10년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으로 재취업에 대한 경력 단절 여성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취업 문이 비좁은 현실에서 마냥 특정 계층만 지원할 수 없는 만큼, 구직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 따르면, 2018년 전국 경력 단절 여성 중 구직 등록 여성은 총 48만3802명으로, 광주는 1만5377명에 불과했다. 경력 단절 여성 수 184만에 비하면 구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훨씬 적다는 얘기다.

광주시 일가정양립지원본부 관계자는 “재취업을 원해 상담을 받는 여성 중 대부분이 ‘구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며 “여성들도 생각을 바꿔 직업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