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 로컬문학의 탐색

박관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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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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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에 걸쳐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시집 100여권을 읽었다. 모 문예지에서 문학계의 쟁점이 될 만한 시평을 써주라는 청탁원고 때문이었지만, 이 참에 작금의 우리 지역문학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보고자 하는 의도로 애써서 읽고 갈래를 지어서 드러나는 양상별로 구분해 보았다.

그전에 로컬문학은 지역문학과 지방문학 등을 다양하게 부르는 이름의 하나다. 내용 역시 지역이라는 공간적 범주에서의 구분만이 아니라 주로 중앙문학과의 대칭적 의미에서 운위되는 문학생태계 차원의 담론이다. 문학평론가 구모룡은 이를 구분하여 지방문학과 지역문학의 논리를 극복해서 로컬문학의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적 구도에 의한 문화정치학적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일국 단위에서 지방과 세계 단위에서 지역을 중층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응하는 지역문학의 논리가 필요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즉, 우리의 미세한 일상생활에까지 침투한 세계화의 영향은 지역이든 세계든 단순한 일면적 차원의 인식이나 사고로는 온전할 수 없다. 경합하고 융합하면서 흘러가는 ‘다수의 얽힘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데, 이러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고유성과 특성화의 관점에서 문학과 예술은 특히 지정학적 미학에 주목해야 한다.

흔히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오래된 문화적 명제이기도 하면서 ‘마을에서 세계로’ 또는 ‘지구적 사고로 지역적 실천’을 운위하는 환경생태계나 마을재생의 영역에서 논리를 그대로 지역문학의 논리로 차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지방과 국가, 지역과 세계를 분절해온 근대의 양상을 지켜보면서 동시에 가장 지역적인 것으로 가장 세계적인 것을 연계시키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점의 형성과 인식의 과정을 통하여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상상력의 힘을 얻어서 문학적인 창작방법론으로 적용할 때 작금의 지역문학이 가지는 올바른 방향성이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로컬(local)은 지리학에서 세계를 보는 한 층위이다. 우리가 흔히 근대적 개념의 민족이나 국가 또는 세계라는 상상적 이념에 쉬이 넘겨주고 마는 우리의 몸(body), 가족(family), 사회(community) 등의 차원에 해당되는 ‘지방/ 지역’의 범주에 상응하면서, 동시에 한 국가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중심-주변의 관계에의 치우침을 넘어 ‘로컬-내셔널-글로벌’을 연동시키는 차원으로 진행함을 말하는 개념이다.

이처럼 로컬의 관점을 통해 자신의 존재 위치를 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차원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지각하여 문학적 상상력과 창작을 통해서 삶과 세계의 보편성과 전체성으로 육박해 들어가는 문학을 로컬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로컬문학의 관점에서 최근 지역 현장에서 지역적 감성과 상상력을 통해 창작된 작품들을 선정하여 드러나는 양상을 과문하게 구분해 보았다.

먼저 표준말로 지칭되는 중앙 언어에 침윤되지 않고 방언이나 사투리로 치부되는 지역 언어의 차용을 통해 특히 우리 현대 서정시가 거의 잃어버린 언어유희와 골개미를 추구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고립되거나 제한된 자연생태적 상황은 물론 중앙 중심사회체제하에서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시공간적 상황을 역발상적으로 접근하여 문학적인 신화성의 구현과 자기 안의 원형 서사를 찾아서 실현하는 계기로 삼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는 물론 성공한 거개의 문학에서 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거니와 문인 자신들의 삶과 세계의 본질 추구 그리고 보편성에 접근하는 자기자족 및 자기해방의 문학을 하고 있음에 다름 아닐 터다.

감춰지거나 버려진 지역의 역사에 주목해 문학적 실천으로 나아가는 역사적 상상력의 전개는 뚝심 있는 문인들에 의해서 여전히 전개되고 있었다. 4·3제주민중항쟁을 문학적으로 끈질기게 형상화해내고 있는 제주나 최근 10월 항쟁의 내용과 진실을 문학을 중심으로 접근해가고 있는 대구·경북 같은 경우가 돋보였다. 이에 비해 5·18이라는 독재 권력의 반역사적 반시대적 폭력을 문학의 힘을 통해 역사적 진실로 승화시킴과 동시에 80년대 민중문학을 일으켰던 광주·전남의 문학은 도리어 이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