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입주업체 오염물질 배출 조작 ‘후폭풍’

도덕적 해이·‘셀프 측정’ 제도적 허점 지적
“정부 실시간 감시망 구축·전수조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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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전남환경운동연합 소속 7개 단체 회원들이 18일 한화케미칼 공장 앞에서 대기오염물질배출 석유화학업종 중 전국 1위 GS칼텍스와 측정값 조작 LG화학과 한화케미칼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편집에디터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전남환경운동연합 소속 7개 단체 회원들이 18일 한화케미칼 공장 앞에서 대기오염물질배출 석유화학업종 중 전국 1위 GS칼텍스와 측정값 조작 LG화학과 한화케미칼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기업과 측정업체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비리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셀프 측정’을 맞겨둔 정부의 허술한 제도가 빚어낸 결과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직접 실시간 감시망 구축을 통해 미세먼지 불법 배출을 근절해야 하며 전국 단위 전수조사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에 맡겼더니 업체와 짜고 조작’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비리는 기업과 업체가 스스로 측정을 하는 시스템이 비리를 방치한 원인으로 꼽힌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감독 업무는 2002년 환경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전국에 산재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이 5만8932개에 달해 관리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였다. 하지만 담당인력 부족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정부나 지자체의 실시간 감시망 구축은 물건너 간 셈이다.

결국 정부는 기업 스스로 또는 전문업체에 맡겨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측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오면 자체 개선하는 방안으로 제도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을 얼마든지 속일 수 있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간 배출조작이 얼마나 쉽게 이뤄졌는지 이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내용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은 카카오톡으로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배출업체 직원은 측정대행업체 직원과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언더로 다 맞춰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정부기관 실시간 감시기능 갖춰야

기업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셀프 측정’하는 현재의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 같은 비리는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어 정부 기관의 실시간 감시망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드론과 이동측정차량을 활용해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1∼2㎞ 떨어진 원거리에서 자외선(UV) 또는 적외선(IR)을 쫴 배출농도와 양을 측정하는 실시간 감시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시행 중인 감사원 감사와 전국 일제점검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촘촘한 첨단 감시망을 구축해 미세먼지 불법배출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 ‘빙산의 일각’…전수조사 실시를

환경·시민단체들은 이번에 발각된 여수산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은 ‘빙산의 일각’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전국 단위 전수조사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여수산단만이 아니라 전국의 산단과 배출사업장이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전국 실태조사로 발본색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수시는 여수산단의 대기오염 물질배출 사업장 가운데 단속 권한이 있는 3∼5종 사업장 96곳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환경부, 검찰 수사와 별개로 시가 관리 감독권한을 가진 업체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며 “문제가 있는 업체는 강력한 행정 처분으로 시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이경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