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유가족 달라진 심상 세밀하게 그려’

4·16 세월호참사 작가 기록단의 세번째 책
6장 구성… 세월호 유가족들의 참사 후 바뀐 일상
유가족 생존자 가족 57명 반년간 인터뷰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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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생존 학생의 육성을 기록하고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과 공감을 확산해 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세 번째 책인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가 출간됐다. 사진은 지난 16일 세월호 5주를 맞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기억공간에 마련된 '안산 단원고 1학년 수련회 반별 단체사진' 전시장의 모습. 시민들이 놓고 간 노란 꽃다발이 눈에 띈다. 편집에디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생존 학생의 육성을 기록하고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과 공감을 확산해 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세 번째 책인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가 출간됐다. 사진은 지난 16일 세월호 5주를 맞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기억공간에 마련된 '안산 단원고 1학년 수련회 반별 단체사진' 전시장의 모습. 시민들이 놓고 간 노란 꽃다발이 눈에 띈다. 편집에디터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 창비 | 1만6000원

세월호 5주기가 지났다. 지난달 18일엔 세월호 투쟁의 상징었던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와 천막도 철거됐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팽목항에선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도 서서히 옅여지고 있다.

시간으로만 보자면 5년 간의 격변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해결’은 이루어졌을까.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란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지난 시간 속에서 참사를 겪은 개개인의 삶이 어떠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지 추적하는 증언집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2015), ‘다시 봄이 올 거예요'(2016)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 학생의 육성을 기록하고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과 공감을 확산해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세 번째 책이다. 책은 ‘이제 그만 잊으라’고 말하는 일부 여론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사건은 과연 종결된 것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 우리는 과연 그들의 고통과 무관한지 같은 물음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준다.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편집에디터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편집에디터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됐다. 1장 ‘고통의 단어 사전’에서는 유가족들이 맞이한 일상의 변화가 등장한다. 유가족 조순애(강혁 엄마)씨는 아들의 흔적을 찾고 싶어 참사 전 입었던 후드티에서 아들의 머리카락 8가닥을 발견해 코팅 했다. 유일한 흔적인 아들의 ‘코팅된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조 씨는 아들을 그리워한다.

이 외에도 미역국, 밥통 등 여느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일상’이라고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부서졌다. 물건과 행동과 사건의 의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진솔한 언어로 풀어내 무너진 일상의 결을 하나씩 살핌으로써 ‘세월호’라는 사회적 참사가 개인에게 남긴 고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장 ‘세월호의 지도’에서는 세월호의 공간에 새겨진 기억에 대해 말한다. 특히 유가족들이 ‘팽목’에서 느낀 감정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하다. 참사 후 팽목에서 아들의 미동없는 몸과 마주한 임영애(오준영 엄마)씨는 예의 없이 수습되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에 절규한다. 이 외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투쟁의 거점이 된 안산, 단원고 등의 공간들이 등장한다.

3장 ‘416가족의 탄생’은 지난 5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운동을 견인해온 416 가족협의회가 어떤 변화의 과정을 밟았는지 담았다. 지난 5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 명을 향해 뚜렷이 걸어온 416가족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4장 ‘가족의 재구성’은 재난이 가족을 어떻게 뒤흔들고,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되묻게 한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을 잃은 가족들이 어떻게 슬픔을 겪어내고 다시 가족이 되는 지를 서술했다.

5장 ‘다시 만난 세계’에서는 친족 관계가 아닌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가에 관해 이야기했다. 무엇이 사회적 고통을 겪는 한 사람을 사회와 고립시키는 지, 관계의 확장은 어떻게 이루어져는 지를 주목했다.

마지막 장인 6장 ‘시간의 숨결’은 세월호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망각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약할 수 없는 긴 싸움을 해나가는 세월호 가족의 마음을 담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유가족의 염원인 ‘진상 규명’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숨김없이 이야기 되고 애도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 만들어지기 까지 여전히 우리는 많은 발걸음을 걸어야 한다고 작가단은 말한다.

이 책은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이자 국가 폭력의 희생자인 세월호 가족이 그날의 진실을 냉철하게 질문하고 한국 사회의 깊은 균열과 부정의를 직시한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기록문학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저자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2018년 여름부터 416가족협의회에서 활동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을 만나기 시작했다.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5명의 기록자가 57명을 인터뷰했으며, 단원고 희생 학생 가족뿐 아니라 생존 학생 가족, 희생 교사 가족이 이 인터뷰에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기존의 세월호 관련 도서들이 희생 학생들의 부모와 형제 자매, 친구들의 압도적인 슬픔, 상실감에 주로 주목하고 있었다면 이 책은 피해자라는 정형화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가족이라는 동질적인 정체성이 다양화되어가는 모습을 담담한 언어로 세밀하게 그린다.

5년이 흐르는 동안 유가족들은 저마다 달라진 삶의 지형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고통의 시차도 제각각 다르다. 유가족의 특징을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그들의 차이를 더듬어 살피는 것, 그 일로부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응답하는 사회가 가능해질 것이다. 유가족의 고통을 단순화하고 부각하는 행위는 그 고통을 소비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으며, 고통의 강도에 집중할수록 슬픔과 연민의 늪에 빠지고 ‘세월호 참사’라는 정치적 문제는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모든 정치적 문제는 구체적인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이 처한 지형을 섬세하게 식별할 때 우리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열어젖힐 토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책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