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권 목사 “진실 밝히려면 이준석 선장 입 열어야”

세월호 선장 이준석 옥중편지 최초 공개
2014년 양심고백 요구 편지에 ‘수취인 거부’
지난해 3차례 서신왕래… 심경 변화 생긴 듯
진상 관련 언급 없지만 “유가족에 깊이 사죄”

841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이었던 이준석씨가 지난 2018년 11월12일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에게 보낸 편지. 오른쪽은 이씨의 편지를 읽고 있는 장 목사의 모습.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이었던 이준석씨가 지난 2018년 11월12일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에게 보낸 편지. 오른쪽은 이씨의 편지를 읽고 있는 장 목사의 모습.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이었던 이준석씨가 지난 2018년 11월12일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에게 보낸 편지. 오른쪽은 이씨의 편지를 읽고 있는 장 목사의 모습.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이었던 이준석씨가 지난 2018년 11월12일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에게 보낸 편지. 오른쪽은 이씨의 편지를 읽고 있는 장 목사의 모습.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

세월호 참사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던 선장 이준석(74)씨가 최근까지 광주의 한 목사와 주고받은 옥중편지가 최초로 본보에 공개됐다. 이씨의 편지가 공개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이 편지가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이씨가 조금씩 심경을 내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세월호와 관련된 양심고백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5일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순천교도소에 복역 중인 당시 선장 이씨와 지난해 주고받은 편지를 본보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차례 작성된 편지는 각 2매 분량에 달한다.

현재까지는 이씨가 보낸 편지에 세월호 침몰 이유 등 진상규명과 관련된 내용은 없지만, 그간 외부와의 접촉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그가 직접 편지를 써 보낸데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수차례 사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심경의 변화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앞서 장 목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2014년 10월13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세월호 선원 15명에게 양심고백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승선했던 선원들이야 말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고 있으리란 기대에서였다.

당시 조기장인 전영준씨와 조타수 고(故) 오용석씨는 장 목사에게 사죄의 내용이 담긴 답장을 보내왔다.

반면 선장 이준석씨 등 5명은 아예 편지를 받지 않고 편지가 발송된 지 이틀 만인 10월15일 ‘수취인 거부’로 반송시켰다.

장 목사는 이씨가 순천교도소로 이감된 이후에도 접촉을 시도했다. 지난 2017년 말께 다시금 이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1월30일에는 직접 교도소를 찾아가 이씨와 10분간 면회를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그 동안 외부와의 접촉이 전무했던 이씨는 근래 들어 장 목사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장 목사가 본보에 공개한 편지에 적힌 날짜를 보면 지난 2018년 1월28일, 3월13일, 11월12일 등 3차례 서신왕래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장 목사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도 수차례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스스로를 “용서 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고 지칭하면서 “지금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죽는 그날까지 죄를 반성하고 뉘우치며 유가족님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리고 용서를 빌며 아픔과 슬픔을 같이 할 뿐”이라고 적었다.

또 “항상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책하면서 하루도 지난날들을 잊어 본 적이 없다”면서 “수없이 되돌아 봐도 저 자신이 미워지고 화만 날 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플 뿐이다”고 했다.

다만, 그가 보낸 3통의 편지에는 세월호 침몰 원인 등 진상규명과 관련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장 목사는 서신왕래 시 교정당국의 검열, 짧은 면회시간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이씨가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 목사는 “벌써 5주기인데 아직도 세월호 침몰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드러난 사실이 없다”면서 “한편으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진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당시 승선했던 선원들의 양심고백을 이끌어 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이어 “선원들도 틀림없이 법정에서 못다한 얘기들이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대법원장이 바뀌면서 그들이 입을 열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본다”며 “조사단이나 언론 등이 선원, 또는 그 주변인들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할 단서를 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