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주 SRF 문제의 황당함과 이전기관 노동자들의 고통과 분노

장재영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이전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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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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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가람 혁신도시가 조성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다. 조성 초기에는 거대한 황토벌이던 금천면, 산포면, 봉황면 일대가 지금은 남도 최고 명품도시처럼 보인다. 적어도 외관은 그렇다. 크고 높은 새 건물, 쭉쭉 뻗은 넓은 도로, 광활한 호수 공원과 도시를 둘러싼 4축의 녹지 벨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혁신도시로 이주한 시민들의 삶도 그럴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고형 쓰레기 연료문제 때문이다. 최근 민관협력 거버넌스에서 합의점이 도출될 것 같던 쓰레기 연료문제는 범대위의 ‘중간 결과 시민 보고대회’ 이후 저항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2017년 9월 이후 17개월간 싸웠던 소수 시민들의 원성이 이제는 ‘시즌2’가 돼 대규모 시민 봉기로 이어질 것같은 느낌마저 든다.

어린아이도 안다.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다. 쓰레기는 절대 연료가 될 수 없다. 화학제품을 태우면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현재 과학기술로는 유해성 극복에 한계가 있다. SRF가 시민에게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면 인구밀집 지역에서는 왜 사용을 제한하는가. SRF 발전 시설, 지어 놓았으니 그냥 태우라 한다. 생명과 건강이 달린 헌법적 가치의 문제다. 3000억을 투자했으니 광주와 전남 것을 모두 태워야 한다면, 3조를 투자했다면 전국의 모든 쓰레기를, 30조를 투자했다면 전세계의 모든 쓰레기를 태워야 하는가. 인간의 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빛가람동 거주민으로서 이전 공공기관 노동자 입장에서 나주 쓰레기 연료 문제는 황당 그 자체다. 나주 열병합 발전소 건설 문제는 지역 위정자들의 일사불란한 행정의 도움(?)을 받아 혁신도시 시민들이 이주하기 전 모든 게 끝나 버렸다. 행정관료는 문제 발생 초기에 혁신도시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지금의 행정은 시민들의 훼방꾼이 된 느낌이 강하다. 행정 관료야 그렇다 치자. 빛가람동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은 어떠한가. 선거 이후 자신들이 만든 공약을 패대기 쳤다. 본 적도 없다. 그들은 어디서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문제는 지역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정치 수준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그들과 다음 선거 때까지 같이 살아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상식적으로 해결될 줄 알았던 SRF 쓰레기 문제가 현재는 혁신도시 주민들의 상실감과 함께 원도심과 혁신도시 주민 사이의 갈등문제로 비화됐다. 이제 쓰레기 연료 문제는 혁신도시의 성장을 가로막고, 원도심과 혁신도시의 상생을 가로막는 불신의 아이콘이 됐다.

얼마 전 혁신도시 공공기관 협의회에서 광주시장이 나주시장을 나무랐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편으로 시원하다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양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혁신도시 조성 취지에 따라 혁신도시의 세금은 광주와 전남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게 취지다. 문제는 자신들의 쓰레기는 혁신도시에 떠넘기면서 마치 자기들이 이전에 맡겨 놓은 것처럼 혁신도시 주민들이 낸 세금은 받아 내야겠다는 광주 위정자의 호통은 혁신도시 시민의 입장에서는 상실감과 불신만 키울 뿐이다. 혁신도시 시민들이 혹시 벌금이나 추징금을 부과 받고 있는 것인가. 광주시도 혁신도시의 주체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한다.

며칠 전 범대위가 주최하는 집회에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휴직 중인 직장 후배가 울면서 “쓰레기 연료 문제 어떻게 하면 좋냐” 면서 7개월 된 아이의 건강을 걱정했다. 먹먹했다. 혁신도시는 지방분권의 상징이고 빛가람 혁신도시는 전국 유일의 공동혁신도시로 상생협력의 모델이다. 이전 기관의 직원들이 그들의 가족과 함께 이주해 혁신도시에 터를 잡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 낳고, 지역에 동화돼 같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 혁신도시를 추진한 故 노무현 대통령의 바램이었을 것이다. 지역 위정자들도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기도 하다.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이전기관 종사자들은 지금 펑펑 울고, 고통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누구 때문인가. 이전기관의 노동자를 빛가람 혁신도시로 유치하고, 유해성 물질이 가득한 SRF 쓰레기 연료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책임져야 한다.

우리를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주시킨 이전기관의 경영진들도 행동해야 한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기관의 결정에 따라 노동자를 빛가람동에 오게 한 것은 해당 기관의 경영진들이다. 직원의 고통과 분노를 책임져야 한다. 노동조합도 범대위에 맡기지 말고, 신발끈 동여매고, 조끼 입고, 깃발 들고 투쟁의 길에 나서야 한다. 이전기관의 노동조합들도 노동자들의 고통과 분노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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