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태동했던 첫 번째 봄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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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의 횃불 전국 릴레이' 대장정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3월 11일 오전 부산 동구청 인근에서 열린 횃불 봉송 및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재현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태극기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국가보훈처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의 횃불 전국 릴레이' 대장정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3월 11일 오전 부산 동구청 인근에서 열린 횃불 봉송 및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재현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태극기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1919: 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

박찬승 | 다산초당 | 1만8000원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30년간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해온 역사학계의 거장이자, 지난 수십 년간 잘못 기념되던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을 4월 11일로 바로잡는 데 크게 기여한 박찬승 교수는 100년 전인 1919년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1년”으로 손꼽는다.

1919년 3월 1일, 한국인은 일제의 억압에 맞서 맹렬하게 일어난다. 서울과 평양에서 시작된 만세의 함성은 이내 한반도 전역은 물론 만주, 연해주, 미국 필라델피아 등 세계 곳곳으로 번졌고, 그들은 남녀 노소 불문하고 하나가 된 목소리로 자주와 독립, 그리고 평화를 당당히 외친다.

나라를 빼앗기고 식민지로 전락한 지 약 10년 만의 일이었다. 비록 그 염원이 곧바로 독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1945년 해방의 그날까지 치열하게 이어진 독립운동의 시작점이 되었으며, 또한 그해 4월 11일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내건 임시정부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 책은 그 암울했던 시대, 한 걸음 한 걸음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며 희망을 쌓아 올린 보통 사람들의 뜨거운 1년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여운형, 조소앙, 선우혁, 손병희, 최린 같은 독립운동가들부터 농민과 노동자, 유관순 같은 어린 학생들까지,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내던진 이들의 행보는 곳곳에서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마침내 전국적인 만세운동과 임시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1919’가 펼쳐놓는 그 감동의 드라마는,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태동했던 첫 번째 봄날의 풍경들이다.

저자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관련해 지금껏 왜곡된 채 잘못 알려졌거나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중요한 사실들을 새롭게 밝혀낸다. 예컨대 한 스타 강사가 낮술이나 마시고 대부분 변절한 사람들로 치부해버린 민족대표 33인이 실제로는 내란죄로 사형될 것까지 감수하고 일본에 독립을 간청하는 ‘독립청원’이 아닌 당당하게 독립했음을 통지한 ‘독립선언’을 택했다는 것과,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계획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선언서를 전달함으로써 전국적인 만세 시위를 성공시킨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또한 현재 국가 지정 기록물로 등록돼 있는 이른바 ‘신문관판’ 독립선언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독립선언서 공약 3장의 집필자가 정말 한용운이 맞는지 아닌지, 민족 대표가 선언식 장소를 바꾼 이유는 무엇이며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30년 만인 올해 4월 11일로 바로잡힌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세계 최초로 헌법(임시 헌장)에 ‘민주공화국’을 명기한 나라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사실까지, 무수히 많은 역사적 진실이 이 책에서 새롭게 밝혀진다.

‘1919’는 모두 7장으로 구성돼 1919년 전체를 조망한다. 1장 ‘희망의 씨앗을 마련하다’에서는 나라를 빼앗기고 무단 통치가 자행되는 과정부터 당대의 세계사적 흐름을 되짚고, 2장 ‘상하이와 도쿄에서 만세 운동을 준비하다’에서는 3·1운동을 불씨를 마련한 신한청년당과 도쿄 한복판에서 독립을 외친 조선청년독립단의 활약을 살펴본다. 3장 ‘서울의 움직임, 민족대표와 학생단’과 4장 ‘독립선언서, 독립과 자주를 세계에 선포하다’, 5장 ‘마침내 울려 퍼진 3월의 만세 소리’에서 3·1운동이 기획되고 준비되고 실행되는 다사다난한 과정은 그 자체로 완벽한 드라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6장과 7장이다. 6장 ‘전국으로 확산된 만세의 함성’에서는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전국 곳곳의 만세 시위를 평화 시위, 항의 시위, 공공기관 점거 및 공격 시위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관순을 비롯해 3·1운동의 진짜 주인공이었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7장 ‘대한민국의 탄생’에서는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과정과 그 의미를 상세하게 살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할 1919년의 역사가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19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탄생을 출발점으로 식민지 지배, 자주 독립, 전쟁과 분단, 경제성장과 민주화, 자유와 평등 같은 현실의 과제를 끊임없이 극복하고 성취해온 역사다. 그 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고, 또 어떤 부분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 우리가 다시 한번 100년 전 함성을 기억하고, 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역사에는 힘이 있다. 그것을 거울이나 지렛대로 삼아 현재를 차분하게 돌아볼 때,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만큼 대한민국의 출발점을 돌아보기에 적합한 때는 없다. ‘1919’에 담긴,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몰락한 식민지의 백성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난 그 위대한 여정을 마주하고, ‘자유, 평화, 정의, 평등’을 외친 그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한다면, 우리는 분명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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