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유치… ‘어두운 그림자’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 재정압박 가중 불가피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 지연·복지예산 축소 우려
대학부지 나주부영CC 직원들 실직 우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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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공과대학 입지선정위원회는 28일 오전 한전공대 최적지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부영골프장(CC) 일원을 선정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한전공대 부지. 뉴시스
한전공과대학 입지선정위원회는 28일 오전 한전공대 최적지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부영골프장(CC) 일원을 선정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한전공대 부지. 뉴시스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규모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대학 유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을 위해 2000억원이 넘는 재정지원을 하기로 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이 악화될 것이라는 현실과 함께 대학부지로 선정된 나주부영CC 직원 60여명의 실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남도의회가 “시간을 두고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모드의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없는 살림에 과도한 지원” 비판

전남도와 나주시가 한전공대에 총 2000억원의 발전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양 기관이 한전공대 개교 연도인 오는 2022년부터 10년 간 매년 각각 100억원씩 200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조만간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한전 측과 이행협약을 맺을 계획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특정 단일 사업인 한전공대 설립에 각각 100억원씩을 부담하기에는 재정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도의 재정자립도는 32%, 나주시는 29%로 전국 평균인 55%를 훨씬 밑도는 최하위권이다.

전남도는 2000억여원을 지원한 F1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여파로 인한 재정 압박으로 농업 관련 예산이 삭감된 사례가 있다. 이번에는 한전공대 운영비 지원으로 복지 등 다른 사업 예산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나주시는 80만㎡에 달하는 한전공대 연구소 및 클러스터 부지를 학교법인에 제공하기로 하고 한전 측과 협의 중이다. 이 부지 확보 비용은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연구소 부지 제공 비용과 10년간 지원액을 포함하면 나주시가 한전공대에 지원하는 액수는 1600억원에 달해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상당한 재정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전공대 지원 과정에서 기초단체인 나주시의 재정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다 보니 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조성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 일각에서는 그동안 발전기금 조성에 소극적이던 나주시가 한전공대 지원에 따른 재정압박을 핑계로 삼아 기금 조성이 더욱 난관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한전공대를 설립하는 데 26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지원키로 하면서 지역민들과 전남도의회에선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전이 설립하는 대학에 전남도와 나주시가 과도한 지원액을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전남도의회 한 의원은 “한전공대가 지역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남도와 나주시의 재정규모를 고려하면 2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게 적정한지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임모(49)씨는 “한전공대가 나주레 들어서는 것은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돼 환영할 일이지만 대통령 공약사업을 이행하면서 재정이 넉넉지 않은 자치단체에 출연금까지 과도하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적정하다”며 “한전공대 설립 주체인 한전과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가장 최근에 개교한 울산과학기술원 설립 당시 울산시와 울주군의 사례를 고려해 재정지원 규모를 결정했다”며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전남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나주 부영CC 직원 실직 불가피

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한전 공과대학 후보지로 나주혁신도시 내 부영CC(대중제 18홀)가 결정됨에 따라 이 골프장은 아쉽게도 개장 3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부영그룹은 나주혁신도시 내에 가장 많은 공동주택을 신축 공급 중인 가운데 그동안 지역사회 공헌사업을 구상중이었다.

이에 따라 부영그룹의 골프장 부지 제공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기 위한 경영진의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는 후문이다.

2016년 12월 정식 개장한 나주부영CC는 대중제 18홀 코스로 골프텔 58실, 골프연습장 78타석을 갖추고 있다.

전체 면적 72만㎡(약 22만평) 중 절반이 넘는 40만㎡(약 12만평)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한전공대 캠퍼스가 착공되는 시점에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나주 부영CC 직원 60여명은 실직을 우려하며 한숨만 짓고 있다. 전남도 홈페이지 온라인 도민청원에는 실직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부영CC에서 캐디로 근무 중인 김모씨는 ‘부영CC 근문자들 마음도 헤아려 주세요’ 제목으로 “하루아침에 근무 중인 곳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참으로 긴 한숨만 나올 뿐이다”며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주시길 부탁한다”고 하소연했다.

창립직원이라고 소개한 서모씨는 “마지막 직장으로 여기고 나주로 이사까지 왔는데 한전공대로 실업자가 될 우려에 스트레스를 받아 탈모까지 생겼다”며 “아무 대책없이 한 가정의 가장들을 내쫓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부영CC 직원들의 처우 문제는 회사 측이 대안을 마련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부영CC 직원들이 현재 처한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마 회사 측에서 전환 배치 등을 통해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현재 논의된 바가 없으나 앞으로 부영 측과 논의를 통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동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