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없는 개인형 이동수단… “촘촘한 법규 마련돼야”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사고 4년 새 16배 증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도로 주행만 가능
운전자 “위험천만” 전동 수단 이용자 “설 곳 없다”
전문가 “새로운 이동 수단에 맞는 새로운 법령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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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광주 서구 쌍촌동 도로에서 한 시민이 안전모를 착용한 채 개인형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31일 광주 서구 쌍촌동 도로에서 한 시민이 안전모를 착용한 채 개인형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운전자 김의령(29·여·목포시 옥암동)씨는 얼마 전 자동차 운행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도로에서 갑자기 나타난 전동킥 보드가 김 씨의 차량을 추월하면서 사고가 날 뻔 했기 때문. 깜짝 놀란 김씨는 브레이크를 밟았고 다행히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후 운전할 때마다 겁이 난다.

최근 전동킥보드, 전동휠, 세그웨이 등 다양한 형태의 개인형 이동수단이 각광받고 있다. 편리성과 각종 스마트 기술까지 더해지고 있어 이용자도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개인형 이동수단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16년 6만대에서 2017년 7만 5000대로 20% 이상 증가했다. 연구원은 성장률을 토대로 2022년에는 개인형 이동수단이 2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사고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5년 14건, 2016년 84건, 2017년 197건에서 지난해 233건까지 크게 늘었다.

또 다른 운전자 A(35)씨도 “전동킥보드가 도로에서 주행하는 것 때문에 위험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사고 위험은 물론, 차량흐름까지도 방해한다. 도로에서는 개인형 이동수단을 못타게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차량 운전자들은 도로 위 개인형 이동수단이 위험하다는 입장이지만,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들은 ‘설 곳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현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인도에서는 주행할 수 없고 차도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평소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대리운전기사 B(39)씨는 “합법적인 이동 수단이고 안전모나 보호대 착용 등 안전 수칙을 잘 지키고 있지만, 가끔 도로에서 승용차들이 막무가내로 클랙슨을 울리는 등 운행을 방해한다”며 “인도에서는 탈 수 없고, 도로에서는 위험해서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한다는 말이냐”고 호소했다.

이에따라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들의 민원과 시장 확대를 기반으로, 정부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자전거 도로 주행 등이 가능토록 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18일 발표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제5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합의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동킥보드를 둘러싼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주요 합의 내용은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통행 허용 △운전면허 규제 완화 △제품 안전성 및 주행 안전성 기준 마련 △거치 공간 확보 등으로 최대 시속 25km 이하의 개인형 이동수단은 자전거도로에서 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운전자와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기에도 맹점은 존재한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시민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강명화(48·여·서구 치평동)씨는 “인도나 공원에서 전동휠을 타는 사람이 많다”며 “평소 강아지와 산책을 자주 나오는데 가까이 올 때까지는 소리도 잘 안 들리고 스쳐 지나가면 깜짝 놀라곤 한다. 너무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개인형 이동수단은 편리함 속에서도 도로, 인도, 공원 등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이동 수단인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합의와 법령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준호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현재 교통환경과 법령은 자동차·자전거·보행자 등을 중심으로 구분돼 있어 새로운 교통수단에 적합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용자가 많아지는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개인 교통수단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국민불편과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