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죽어난 폐광 중금속, 발전소 한다고 파헤친다니…”

태양광 추진이 들쑤셔놓은 순천 서면 죽청마을
중금속 기준치 37배 정화작업 조건부로 태양광발전시설 허가

876
폐광지역인 순천시 서면 운평리 죽청마을에 최근 태양광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환경 파괴, 중금속 유출을 우려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죽청마을 입구에 내걸린 태양광 개발사업 반대 현수막. 편집에디터
폐광지역인 순천시 서면 운평리 죽청마을에 최근 태양광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환경 파괴, 중금속 유출을 우려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죽청마을 입구에 내걸린 태양광 개발사업 반대 현수막.

 ”이제서야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잔재인 폐금광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 탓에 사람도, 생태계도 70여년 동안 고통스러운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이제 겨우 안정을 찾고 있는데 이곳을 다시 파헤친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옛 ‘순천광업소’가 자리 잡았던 순천 서면 운평리 죽청마을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일제가 버리고 간 폐광에서 유출된 중금속 탓에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았는데, 이곳에 또 다시 공사가 강행되면 ‘악몽’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21일 순천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설 부지는 죽청마을 부근인 운평리 산 134, 135번지 일대다. 광주의 한 태양광 개발회사는 약 3만2719㎡의 면적에 용량 2300㎾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할 계획으로, 관할 지자체인 순천시에 개발행위 허가 신청을 받았다.

 순천시는 1만6528㎡ 이상 부지 개발행위에 적용되는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해 최근 검사를 마쳤다. 검사 결과 이곳에선 카드뮴, 납, 비소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기준치의 최대 37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개발사업 착수 전 정화작업 이행 조건부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업자가 정화작업을 완료하면 그 결과에 따라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순천시가 요구한 정화작업은 기존 중금속에 오염된 폐광 부지의 토양을 모두 걷어내고 새로운 흙으로 복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폐광 부지 개·복토와 태양광 발전 시설물 설치가 되면 공기나 지하수 등으로 중금속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일제가 운영하던 이곳 순천광업소는 1945년 광복 이후 지역 유지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으나 금 채취량이 적어 문을 닫고 오랜 기간 방치됐다. 금 제련과정에서 사용된 중금속 폐수로 일대가 오염됐지만, 정화작업은 이뤄지지 않아 수분이 증발한 중금속이 바람에 실려 마을로 유입됐다.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의 영향으로 폐광과 인접한 죽청마을 주민 상당수는 폐질환을 앓다 사망했다.

 자구책 마련에 나선 주민들은 중금속 먼지를 막아줄 나무를 심어 방풍림을 조성했다. 폐광의 폐수를 저장했던 저수지 부지에는 1~2m 높이로 흙을 쌓아 중금속 유출을 최소화했다.

 주민들은 최근 순천시가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과정에서 개·복토 정화작업을 조건으로 내건 데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복토작업을 통해 폐광 부지를 덮어 중금속 오염을 막고 있는데 정화작업을 이유로 땅을 다시 파헤치면 유독물질이 또 다시 유출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죽청마을 주민들은 태양광 허가를 반대하는 진정민원을 시에 제출하고 항의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죽청마을 박한규(72) 이장은 “폐광 부근에 비가 오면 논·밭까지 오염물질이 내려와 한해 농사를 다 망쳐놓기 일쑤였다”며 “정화작업 개·복토 과정에서 비가 내리면 파헤쳐진 중금속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천시는 주민들의 반대를 고려해 폐광 부지 개·복토 및 공사 차량 진·출입을 위한 도로 건설, 태양광 발전설비 공사 전 반드시 주민들과 협의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정화작업 중 중금속이 유출되지 않도록 사업자가 예방조치를 취하는지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주민 대표를 참석시켜 공사의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화선 기자 [email protected]

순천=정경택 기자 [email protected]

김화선 기자 [email protected]
순천=정경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