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재심 결정은 시작… 특별법 제정을”

▶대법,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인용 결정
제주 4·3 사건 이어 국가 폭력 따른 민간인 희생 인정
법원 “고인, 구속영장 없이 불법 체포·감금, 사형 선고”
여수지역 단체, 일제히 환영 “국회 특별법 신속 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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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대법원 대법정에서 여순사건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등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앉아 있다. 뉴시스 편집에디터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대법원 대법정에서 여순사건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등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앉아 있다. 뉴시스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3인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심 인용 결정은 제주 4·3사건에 이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크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여수시의회, 여순사건특위 등 여수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재심 재판 개시가 확정되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민간인 438명 국가폭력에 희생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순천지역에 주둔하던 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을 진압하라는 이승만 대통령 지시를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국군은 지역을 탈환한 뒤 반란군에 협조·가담했다는 이유로 많은 민간인을 내란죄로 군사재판에 넘겨 사형을 선고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1948년 10월 말부터 1950년 2월까지 순천지역에서 민간인 438명이 군과 경찰에 자의적이고 무리하게 연행돼 살해당했다며 이들을 민간인 희생자로 확인했다.

이번에 재심이 결정된 이모씨 등 3명도 1948년 10월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국군에게 체포된 뒤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처형당했다.

●법원 불법 체포·감금 등 인정

이번 재심 결정과 관련된 재판의 쟁점은 당시 군·경이 이씨 등을 불법체포·감금한 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검찰은 “과거사위 결정은 포괄적인 불법 체포·감금이 있었다는 취지에 불과해, 구체적으로 이들에 대해 불법 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사·공판 기록이 없는데 유족들 주장과 역사적 정황을 근거로 직무상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태도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에 항고한 연유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물론 대법원도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고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해야”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여순사건유족협의회, 여수시의회 여순특위 등도 대법원의 재심 결정을 환영하며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의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여순사건특별법은 여당과 야당을 넘어 초당적인 관심사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 법안을 발의했다.

의원별로는 민주평화당 정인화·이용주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바른미래당 주승용,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각각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이날 환영논평을 내고 “대법원의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개시결정’은 71년 동안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를 마련한 올바른 결정이다”면서 “여순사건유족들과 전국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소장은 “대법원 결정은 제주4.3사건에 이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한 중대한 선고이며, 향후 진행될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선고다”며 “연구소와 여순사건유족협의회는 대법원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고에 이은 후속 조치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제주4.3사건의 제주검찰청 사례처럼 여순사건 또한 즉시 ‘항고포기’를 발표해 시대의 흐름이며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역사바로세우기’ 대열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전남도의회도 이날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국회 계류 중인 특별법 제정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남도의회 강정희 위원장은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을 환영하며 “국가는법치국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3심 제도마저 이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들은 반민주적 불법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고 때문에 국가의 무법과 위법 그리고 불법에 의해 죽임을 당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반드시 그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환 기자 [email protected]
여수=이경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