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기아차노조 통상임금 소급분과 사회적연대

정찬호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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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기아자동차노조의 통상임금 분쟁이 법정소송 끝에 노사합의로 타결됐다. 회사측이 지급해야할 금액이 1인당 평균 1900만원이라 한다. 법적으로 지급해야할 임금이 체불된 것이기에 되돌려 받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며 긴 세월 소송 전을 진행해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소급분이 언론에 알려지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년 연봉과 맞먹는 거액에 많은 시민들은 화들짝 놀란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게 발생하는지 의아해 하면서도 부러움과 상대적 박탈감에 고개를 젓는다.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자동차산업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 입장에서 보면 똑같이 자동차 생산에 종사하고도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되거나 소송조차 할 수가 없어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아차노조가 비정규직과 사회적 연대를 위해 승소분의 일부를 노동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결의할 수는 없을까? 물론 이러한 결의를 한번 했다 해서 대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이면 사회적 시선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모든 노동자가 하나 돼 공동의 목표를 향해 거대한 힘으로 전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허나 사회적 연대란 불우이웃돕기나 사회봉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공짜 돈’이 생겨서 내놓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 하겠다는 자기 신념의 소산이기에 가진 자들이 시혜를 베푸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반드시 그에 걸 맞는 의식화가 뒤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하고 사회적연대로 귀감이 된 사례 하나 살펴보자.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 소재한 자동차부품업체 한국와이퍼(주)는 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무노조 사업장이었다. 이곳의 노동자들 또한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3년여 동안 통상임금 소송 전을 진행하였고 마침내 지난해 8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들은 승소한 소급분 중에서 5730만4100원을 안산지역 노동자들의 생활안정과 권익증진을 위해 설립 운영되고 있는 (사)일하는사람들의생활공제회 ‘좋은이웃’에 사회연대기금으로 기부했고 여기에는 일부 퇴직자들도 참여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을 계기로 한국와이퍼㈜ 측은 매년 1200만원을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해 복지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 안산지역 비정규직 노동단체나 활동가들이 노동 상담이나 교육을 진행하는 등, 연대 분위기 조성에 함께하기도 했지만 노조도 없는 사업장에서 사회적 연대까지 실천하다니 믿겨지지 않을 것이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받아낸 통상임금 소급분은 노동자들이 제공한 노동력의 대가인 것은 확실하며 그 소유 역시 오로지 당사자들에게만 있다. 그러나 한국와이퍼㈜의 노동자들처럼 사회적 연대를 실천할 수는 없는 것일까? 기아차 노동자 스스로의 동의 없이 노조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실시할 수는 없다. 노조에서 제안하고 조합원과 진솔하게 대화하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길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외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민주노총 차원에서 1만원 비정규직 기금 사업을 비롯해 장기투쟁사업장 지원 등 대기업노조들 또한 다양한 모금 경험을 갖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6000명이 이번 소급분의 10%만 조성해도 11억4000만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일부 노동단체들의 경우 상근비는 고사하고 사무실 임대료조차 버거운 실정이며 한자리 수인 공단지역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조직률을 감안하면 천군만마의 지원군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최근 여당의 원내대표가 고임금 정규직의 임금동결을 주장한 바 있다. 일방적인 주장이기에 쉽사리 동의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여론은 대기업 정규직의 고액임금에 대해 적대적이 된지 오래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급분, 지지받는 대기업 노조의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