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진상규명 종지부 찍을 첫 ‘국가보고서’ 시급

5·18 진상조사위 조속 출범 필요 왜?
②민주주의 기틀 흔드는 왜곡·폄훼... "이젠 끝내야"
③법 시행 6개월에도 지지부진... "국민 기만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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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지난 16일 서울 연희동 전두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씨가 국민앞에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지난 16일 서울 연희동 전두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씨가 국민앞에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39년 만에 적기를 맞은 5·18 진상규명이 자꾸만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2월28일 국민적 여론과 정치권의 합의 끝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었고, 같은 해 9월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정작 실행에 나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출범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비웃기나 하듯 극우세력은 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광주와 5·18의 진실을 왜곡·폄훼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대낮 국회에 지만원씨를 불러다 ‘북한군 600명 개입설’을 외치게 만드는가 하면,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두환씨는 최근 광주법정 출석 때도 국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향후 출범할 5·18조사위 추천위원을 비롯해 5·18 전문가들은 “진실을 규명해 왜곡을 바로잡고, 책임자를 가려내 처벌하자며 특별법까지 만들었지만, 그에 따른 후속 실천이 부재하며 빚어진 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첫 국가보고서 생산 △5·18 왜곡·폄훼 근절 △정치권의 약속 이행 등을 들며 5·18조사위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강조했다.

●5·18 진상규명 종지부 찍을 첫 국가보고서 생산

5·18의 비극은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한 책임자 규명을 하지 못한 데 있다. 당시 발생한 희생과 한국현대사에 미친 영향 등은 5·18을 엄연한 ‘민주주의의 역사’로 기록되게끔 했지만, 여전히 발포명령자 등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서 극우세력 등 5·18을 왜곡·폄훼하는 이들에게 꼬투리를 잡히는 실정이다.

더욱이 5·18 왜곡·폄훼 세력은 국가 차원의 보고서(백서) 부재를 발목 잡고 과거 이뤄진 진상조사들은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향후 이들의 논리가 뒤바뀔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5·18조사위와 그들이 작성할 국가보고서 발간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성춘(진상\조사위 추천 위원) 송원대 국방경찰학과 교수는 “1988년 국회 진상조사특별위원회나 검찰 수사,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 국방부 5·18특조위 등 국가기관에 의한 5·18진상조사는 수차례 존재했지만, 왜곡·폄훼 세력은 이를 전부 부인하고 있다”며 “국가가 대표해서 백서를 낸 것이 없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종철(추천 위원) 한국현대사회연구소 박사도 “5·18조사위의 의의는 5·18의 정당성이나 광주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이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 원칙이 얼마나 바람직한 것이었는가를 정확하게 국가의 이름으로 규명한다는 데 있다”면서 “국가가 국가의 이름으로 5·18은 민주주의 운동이었다는 것을 보증하는 국가보고서 채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5·18 왜곡·폄훼 막을 최선책

5·18에 대한 끊임없는 왜곡과 폄훼를 막을 길도 결국에는 진상조사위의 가동에 달려있다. 국가보고서 발간은 무엇이 사실이고 왜곡인지 가려낼 표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5·18전문가들은 왜곡·폄훼가 종내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흔들 수 있는 엄중한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조사위를 출범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후식 5·18부상자회장은 전두환씨의 광주법정 출석 때를 언급하며 “(전씨는)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헬기 탄흔도 무시하고 있고, 본인이 총책임자였는데도 여전히 낯을 꼿꼿이 세우고 왜 그러냐는 식의 반응이다”며 “5·18과 관련 철저히 단죄를 못 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이번에는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철 박사는 “해방 후 반민특위에서 일제의 굴곡된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5·18 부분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고 청산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안 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기틀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그 결과로 최근 전씨 뿐 아니라 지만원, 김진태 등 왜곡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고 있다.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민주주의 가치가 어그러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박사는 또 특별법에 근거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5·18진상규명, 조사위 가동은 지난 39년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당시 군 관계자 등 핵심증언자들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조사위가 국가기록을 공개함으로써 다방면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등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진상조사위가 가동되면 문을 활짝 열어두고 개인의 정보는 보장하면서도 활발한 증언 수집 활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며 “그때 참여했던 계엄군, 정보요원 등의 제보가 이어지면 진상규명에 새 국면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진상규명은 5·18 왜곡·폄훼를 막는 최선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 시행 6개월 경과 지지부진은 국민 기만

5·18전문가들은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이 여·야의 합의에 의한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여론을 따라 법을 통과시켜놓고 지난해 9월 법 시행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어떠한 결과물도 내놓지 않은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나의갑 5·18기록관장은 “자유한국당의 속셈은 총선 이후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조사위원 9명 전체가 아니더라도 일부만으로 출범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하루 빨리 진상조사에 나서는 길이라고 본다.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여당 추천 위원으로만 구성하면 패착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재일 전남대 명예교수는 “자유한국당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고 하지만 모두 표 계산을 하고 하는 계산된 행동”이라며 “5·18이 진정한 진상규명이 되려면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동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보수의 양심적인 사람들도 있으니, 그들을 내세워 진상조사위를 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권 전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성춘 송원대 교수는 “지금 조사위원이 추천된다 해도 조직을 구성하는 데 2달 정도 걸린다고 보면 빨라야 6월이다. 전반기는 물 건너간 거고 여기에 인물 검증을 다시 한다고 해버리면 올해는 조사위 출범이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면서 “(정치권이)입법을 올렸으면 통과해야 하는데, 앞부분만 하고 뒤가 없다. 5·18진상규명에 대하 흉내만 내놓고 뒤치다꺼리는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