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무인 공공자전거 시스템’ 출발부터 삐걱

"친환경 교통수단 확대" 올 하반기 시범도입한다더니
설계용역사 선정 늑장... "휴명무실 반짝행정"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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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신청사 인근에 설치된 공공자전거 '따릉기' 대여소. 뉴시스 뉴시스
서울시청 신청사 인근에 설치된 공공자전거 '따릉기' 대여소. 뉴시스 뉴시스

광주시가 도심 교통난을 덜고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확대를 위한 ‘무인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구축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애초 1월말 설계 용역에 들어가 늦어도 올 하반기에 시범 도입하겠다던 광주시의 계획은 벌써 차질이 빚어졌다. 설계를 맡을 용역사 선정이 늦어지면서다.

사업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억대 예산을 들이고도 운영 주체의 빈틈없는 관리체계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없이 타 지자체 ‘본뜨기 행정’으로 추진된다면, 유명무실한 ‘반짝 행정’으로 전락할 것이란 목소리다.

●용역사 선정… 내년 4월 시범도입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월부터 ‘상무지구 공공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 시범구축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입찰 공고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두 차례 유찰됐다.

용역사 선정 기준을 광주·전남지역으로 확대하고 나서야 겨우 용역사 선정을 끝냈다. 시는 지난 15일 순천의 한 업체를 용역사로 선정했다.

애초 계획보다 2개월가량 늦춰진 것이다.

광주시는 용역사 선정이 완료됨에 따라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설계 착수, 타 시·도 현장방문에 나설 예정이다.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창원시(누비자), 서울시(따릉이), 대전시(타슈), 여수시(U-Bike), 순천시(온누리) 등을 방문해 사례 수집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시는 변동 없이 총사업비 8억원을 투입해 무인시스템 설계 용역, 시설 설치, 자전거 구매 등에 주로 쓰일 예정이다.

운영시스템 1식을 개발하고, 상무지구 13곳의 무인 대여소에 공공자전거를 200대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무인대여소 13곳은 광주 운천역·상무역·마륵역 등 지하철역 인근과 광주시청 앞·전남지방우정청·치평동주민센터 등 주요 공공기관 인근이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롯데마트·이마트 상무점과 상무시민공원 등 대중 밀집 지역에 마련키로 했다.

앞서 광주시와 5개 자치구, 도시철도공사는 2008년부터 ‘공공자전거 대여사업’을 시행, 62개 대여소에 630여 대의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간 반납 방식에 대한 잇따른 민원 제기로 앞으로 추진될 무인 공공자전거 시스템은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그러나 문제는 “용역 결과가 나온 뒤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시의 방침에 따라 타 지자체 사례에만 의존하는 시스템 구축을 염려하는 시민사회단체 등의 입장이다.

●본뜨기 행정 지양… 시민 의견 수렴해야

도입 전부터 우려가 큰 이유는 분명한 광주시만의 콘셉트를 가지고,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고 활성화할지를 고민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창원시는 국내 최대 자전거 주행 교육장을 비롯해 경륜공단, 자전거문화센터 등을 운영하며 자전거 문화 정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이미 돼 있다. 서울시는 규모, 재정 부분만 살펴보더라도 광주시와 비교하기에는 무리라는 이야기다.

대전의 경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접해 있는 전남의 여수와 순천은 도심이 아니라 순천만과 오동도 등 관광지 중심으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교통수단’과 ‘관광수단’의 경계에 있다.

최근 창원시를 다녀온 김광훈 에코바이크 사무국장은 “‘누비자’ 운영 주체는 창원경륜공단으로 80여 명의 관리 및 운영위원들이 상주하면서 콜센터, 자전거 정비·세척업체, 배치 등을 관할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잡혀있다”며 “광주시는 현재 용역사 선정만 완료됐지, 중심을 잡고 운영할 주최 측이 없는 제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자전거 도로 정비, 저전거 타기 활성화 확산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시민단체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공청회 등을 개최한 적이 없는데 행정적으로 추진만 하지 말고,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협의 기구를 설치하던지 방안을 마련해 놓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자전거 도로 문제도 병행해야 하는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무리 자전거 시스템이 좋아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이용 활성화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재주 광주시민생활환경회의 사무처장도 “단순히 ‘보여주기 사업’으로 추진되기보다는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100년 광주’를 조성하기 위해 자전거 타기 활성화, 걷기 중심으로 생활 패턴에도 변화해야 한다”며 “무인시스템 용역 진행과 함께 시민, 자전거 동호회,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