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 늦어지니… 보수단체 금남로서 5·18 망동

진실 꺼리는 전두환·한국당 연일 망언·망동·훼방
위원회 조속한 출범 절실… "여당 정치력도 필요"
조사위 해답은 결국 ‘정치’ 민주당의 정치력·한국당의 변화

290
5·18재단이 지난 2017년 광주를 찾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5·18 관련 문서 89건 목록과 미 CIA가 기밀 해제한 일부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5·18재단이 지난 2017년 광주를 찾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5·18 관련 문서 89건 목록과 미 CIA가 기밀 해제한 일부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전두환은 ‘개선장군’ 같았다. 그는 광주에서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내렸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왜 이래’ 윽박지르며 자신을 대통령이란 자리까지 올린 광주의 전공이 무고한 시민을 짓밟은 학살이었음을 거부했다.

극우단체들은 계엄군처럼 전두환을 뒤따라 광주로 내려와 ‘학살자’에게 항거한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겁박’했다. 광주시민들이 피 흘리며 쓰러져갔던 금남로에 모여 5·18을 모독하기도 했다.

‘전두환이 5·18 당시 헬기를 타고 광주에서 와 사격지시까지 내렸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현실이지만 정작 전두환은 광주법정에서 ‘헬기 사격은 결단코 없었다’고 우기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려는 세력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들의 부정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끊임없다. 1980년 당시 계엄군의 ‘학살’을 입증할 증거도 차고 넘친다. 하나둘 밝혀지는 진실에도 아랑곳없이 끊임없이 ‘쟁점’화해 5·18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면 그만이다.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은 ‘신(新) 계엄군’으로 광주를 짓밟으면 80년을 부정하고 있는 꼴이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없어서다.

‘원죄’가 자유한국당에 있다. 자유한국당은 제도권 정치의 힘으로 5.18을 왜곡·폄훼하는 이들을 비호하고, 제대로 된 5·18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대표적이다. ‘5·18 진상규명조사위’는 5·18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발포명령자 △피해자 암매장 △계엄군 성폭력 △헬기 사격 등 미완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위원회다.

하지만 법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9월 5·18 특별법이 시행된 뒤 5개월이 지나서야 부적합 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고 이제는 재추천을 거부하며 진상조사위 출범을 막고 있다. 지난해 5·18 특별법이 통과·시행될 때만 하더라도 나름 ‘합리적 보수’라며 5·18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던 이들이 ‘극우 바라기’가 돼 쿠데타 세력의 후예임을 자처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극우’와 ‘정치’가 결합했다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최 의원은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겁박한 것은 극우 정치집단의 폭력테러 조짐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 국회의원 제명, 왜곡처벌법 통과, 진상조사위 출범 등 3대 과제에 훼방만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는 급할 이유도 없다.

5·18 진상조사위가 지금 당장 출범하더라도 진상조사에 최소 2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전두환이나 극우세력들 입장에서는 느긋하게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면 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정호 광주·전남 지부장은 5·18 진상조사위 출범 가능성에 대해 “동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진상조사위 정원 9명 중 6명만 선임돼도 출범할 수 있는 5·18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한국당이 상임위 통과를 막을 게 분명하다”며 “한국당이 바라는 것은 현 정권 아래서 ‘국가 차원의 5·18 진상보고서’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극우세력의 지지만 바라보고 우경화의 길을 걷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득이 될 리 없는 5·18 진상조사다. 그 때문에 2020년 총선과 이후 대선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고 만약 정권을 재창출 한다면 진상조사 자체를 없던 일로 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5·18 진상조사위가 출범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정치’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력으로 자유한국당의 벽을 뚫거나 혹은 한국당 스스로의 변화다.

전남대 5·18 연구소 김희송 연구교수는 “자유한국당은 5·18 진상규명을 막는 것에 본인들이 갖는 정치적 역량을 최대한 쏟아붓고 있다”며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5·18 진상조사위가 출범하지 못한 것은 한국당의 몽니 탓이겠지만 굳어지는 것은 여당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정호 변호사는 “자유한국당 자신을 위해서라도 합리적 보수는 필요하다”며 “합리적 보수로 변화는 5·18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과 시각을 바꿨을 때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변화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다.

진창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