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광주 한복판서 “사기꾼 XX들아” 5·18 모욕

동산초 앞에서 학교장·교사 정치중립 위반 규탄 '학습권 침해'
전남대학교·금남로 일대서도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
시민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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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8)씨를 향해 초등학생들이 "물러가라"고 외친 것과 관련, 극우단체가 지난 15일 동산초등학교 앞에서 사과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한나 기자 편집에디터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8)씨를 향해 초등학생들이 "물러가라"고 외친 것과 관련, 극우단체가 지난 15일 동산초등학교 앞에서 사과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한나 기자
지난 16일 극우단체들은 금남로 4가에서 "광주 거짓말 하지 말아라,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5·18유공자 명단공개요구 집회 및 행진을 진행했다. 곽지혜 기자 편집에디터
지난 16일 극우단체들은 금남로 4가에서 "광주 거짓말 하지 말아라,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5·18유공자 명단공개요구 집회 및 행진을 진행했다. 곽지혜 기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씨가 지난 11일 광주 법정에서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해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자칭 보수단체가 지난 주말 광주 한복판에서 5·18 모욕 발언을 해 광주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광주법정에 선 전씨를 향해 초등학생들이 “물러가라”고 외친 것과 관련, 이들 보수단체는 해당 초등학교 앞에서 사과 요구 기자회견을 열어 ‘학습권 침해’에 대한 거센 비판도 일고 있다. 지역에서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빨리 설립돼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께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GZSS 회원들은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이 정치구호를 외쳤다. 이는 정치 중립 의무 일탈 행위”라며 교사들에게 사과문 발표를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이어 “초등학생들의 구호제창에 교장 및 교사들이 다음 날이라도 대국민 사과를 했어야 함에도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을 시 정치 중립위반 조항 위반 사항에 따라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어른들이 자신의 정치적 잣대에 맞춰 초등학생들을 겁박하는 비상식적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들이 걱정돼 나왔다는 시민단체들은 ‘X’가 표시된 마스크를 쓰고 교문 앞 지키며 최대한 보수단체와 충돌을 피하고자 했다. 차창 밖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비난하는 운전자들도 적지 않았고, 수업시간 중에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 학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인 A씨는 “충돌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직접 보니 분노가 치밀고 우리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명백한 학습권 침해다. 아이들 수업하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라고 비난했다.

이 학교 5회 졸업생인 B씨는 “전두환 재판 때 아이들이 외친 것을 봤다. 3·1운동 당시 만세를 외쳤던 유관순을 보는 것 같았다”며 “아이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저렇게 모욕할 수 있나. 그것도 학습권이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학교 앞에서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보수단체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인 지난 16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금남로 4가에서 5·18유공자 명단공개요구 집회 및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중 옛 전남도청을 지날 때는 5분여간 멈춰서 구도청을 바라보며 “광주 거짓말 하지 말아라, 헬기 사격은 없었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해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4시간여 동안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 “5·18 유공자 명단 까”, “야 이 사기꾼 새끼들아”, “문재인을 박살 내자” 등이었다.

이날 보수단체의 시끌벅적한 집회에 화가 난 일부 시민들은 금남로 4가 일대를 지나며 차로 클랙슨을 울리는 등 집회에 강하게 반발했다. 극우단체들도 이에 맞서 클랙슨을 울리는 모든 운전자에게 내리라고 소리치며 손가락 욕을 하고 번호판을 촬영하는 등 무질서하게 대응했다.

김혜빈(27·여·동구 대인동)씨는 “금남로에서 집회하는 것도 양심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제는 초등학교 앞에서도 시위하지 않았느냐, 너무 한심하다”며 “들어줄 가치도 없는 사람인데 왜 주말에 광주까지 와서 시끄럽게 하고, 교통 불편도 초래하는지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강동구(46·남구 봉선동)씨는 “헬기 사격 없었다는 둥, 당시 민주화 열사들을 범죄자라고 치부하는 등 다른 헛소리는 들을 것도 없다”면서 “하루빨리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설립돼 조사에 나서야 저런 짓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한나 기자 [email protected]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